“백가지 언어로 발견한 아이들의 백가지 세상”

어린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보며 이해할까? 그들이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연구들은 더 이상 어린이를 혼돈의 와중에서 무분별한 자극을 받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세상을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탐색하고 알아가고 검토하고 즐기고 씨름한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언어를 동원해서 말이다.

@15-1.jpg

이탈리아의 조그만 도시인 레지오 에밀리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믿음과 연구 결과에 귀를 기울이며 독특한 유아교육체제를 발전시켰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이라고 불리는 이 교육법은 지난 20여 년간 ‘어린이들의 수많은 언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를 해 왔고, 미국 뉴스위크지는 1991년 이 교육법을 세계 최고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지난 30년 동안 레지오 유아교육자들이 유아들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온 실험과 축적된 경험들로 구성된 ‘레지오 에밀리아 어린이 전시회’가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전시기간 중 국제회의(18일, 19일)도 개최하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자 매주 2회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 내용을 관람하고 적용 경험들을 함께 토의할 기회도 준비하고 있다.

레지오 에밀리아 어린이 전시회는 단순히 어린이들의 작품을 전시했다기보다 그 안에 내재된 어린이의 무한한 가능성과 기발한 발상, 작은 것에서부터 큰 프로젝트로 연결해 가는 어린이들의 생각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장이다.

예를 들어 이제 갓 10개월 된 라우라가 교사의 손목시계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카다로그에 있는 시계에 귀를 대 보는 행동을 한다. 레지오 에밀리아의 어른들은 이런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의 흐름을 간파한다.

지금 라우라는 말은 안하지만 “여기서도 소리가 날까?”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고 그 질문은 그 수준에서 가설이다. 그들은 10개월 된 아기가 하는 생각의 흐름까지도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는 이처럼 어린이들이 하는 생각의 흐름을 깨닫고 이를 발전적으로 끌어주는 것이 바로 성인들의 역할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아교육에 관심있는 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회이다.

2월 8일까지 광화문 갤러리(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사 내)에서 전시. 문의는 한국레지오 교육연구회 (02)416-2581/www.reggiokorea.org

이정주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