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2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불법촬영범죄 근절과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2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불법촬영범죄 근절과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타인의 신체에 대한 ‘불법 촬영물’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잘못된 용어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걸그룹 출신 여성연예인 A씨가 전 남자친구 최모씨로부터 성관계 장면이 담긴 불법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반성폭력단체들은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라는 용어는 불법 촬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2차 가해를 하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비판한다. 리벤지 포르노 대신 ‘불법 촬영물’이나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 성범죄’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벤지’라는 단어는 ‘잘못에 대한 보복·복수’라는 뜻이어서 피해자가 마치 잘못을 저질러 보복을 당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한다는 점에서 상대(여성)에게 문제를 전가하고 이를 응징하는 가해자의 관점이다.

또 포르노라는 단어 역시 문제가 많다. 동의받지 않고 촬영되거나, 유포에 동의하지 않은 범죄 영상임에도 버젓이 음란물 콘텐츠인 포르노로 규정한 것이다. 범죄 영상임에도 마치 가볍게 소비해도 되는 심심풀이 오락물로 다뤄지고 유통된다. ‘야동’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음란물 사이트에서 ‘OOO 영상’ 검색어가 1, 2위에 올라갈 수 있는 것도 ‘불법 촬영물=음란물’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불법 촬영물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섰던 반성폭력단체인 ‘DSO(Digital Sexual Crime Out)’의 경우 과거에는 단체명을 RPO(Revenge Porno Out)으로 사용했으나 용어의 문제를 인식하고 단체명을 바꾸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올해 6월에는 ‘불법촬영물 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쟁을 선포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정춘숙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세금 50억원을 들여 공중화장실을 점검했지만 실적은 0건이라는 점, 불법촬영 및 유포는 5년 간 6배 증가했지만 범죄 기소율은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모씨가 A에게 했다는 ‘연예인 생활 끝나게 해주겠다’는 협박은 정부의 전술을 너무나 우습게 만들었다.

몰카 판매 규제와 불법촬영물 웹하드 헤비업로더 처벌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는 게 뭐가 문제냐’는 인식이 사라지면 이같은 규제와 처벌도 필요없게 된다. 그 첫 단계가 ‘리벤지 포르노’ ‘야동’ ‘국노’가 불법촬영물임을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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