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문화카페/ 십대의 하위문화 보고서

강북 십대와 강남 십대의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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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의 십대 여자는 깻잎머리에 앞코가 긴 운동화, 그리고 안짱다리의 걸음과 바짝 줄여입은 치마가 그 특징이고 남자는 뾰족한 앞 코의 구두, 타이트한 바지와 정체불명의 손지갑을 들고 있다. 반면 강남의 십대는 폴로나 노티카 같은 브랜드의 기십만원대 힙합패션에 마틴박사의 구두로 옷차림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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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사이트 http://njryu.hihome.com/index3.html가 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분석’해 놓은 강남, 강북의 양아치 스타일 보고서는 옷차림만으로도 읽을 수 있는 강남북 십대의 머나먼 간격을 보여준다.

이 간격을 강남북 십대의 문화적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10대 하위문화 현장 보고서: 우리 아이들의 문화’라는 주제로 열린 ‘아줌마 문화카페’에서 문화평론가 이동연 씨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십대의 하위문화는 없다고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십대는 강남과 그 이외 지역의 십대간에 큰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패션 뿐만 아니라 어휘나 말투, 행동, 사고방식 등을 모두 포함하는 스타일의 차이”인데 이러한 패션의 차이는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거다.

그들의 스타일은 도심의 재개발 정책과 연관이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대의 문화를 세대적 구분짓기만으로 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이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가령 깻잎머리와 빽바지와 뾰족구두 등으로 대표되는 강북의 가리봉동, 화양리 십대는 부모의 신분적 뿌리를 그대로 갖고 있다. 그 지역에서 태어난 이들은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곳의 남

자 십대들은 여성을 대하는 태도도 굉장히 가부장적인데 이것은 부모의 계급적 취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십대의 스타일은 부모의 계급적 취향 그대로

어른들이 만든 강남북 십대의 ‘문화분단’

이동연 씨는 반면 강남의 아이들은 고가 브랜드의 힙합 스타일로 교복을 줄이지 않고 입었고 말하는 스타일도 강북 아이들과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강북 아이들과 강남 아이들의 구분짓기는 그동안 8학군 이데올로기 등으로 강화되어왔다. 실제로 가리봉동의 아이들 중 강남에 가본 적이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고 이동연 씨는 말한다. 강남북의 아이들은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살면서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이방인들이다.

이러한 강남의 십대들과 기성세대들은 강북의 저소득 십대의 하위문화에 대해 선입견들을 갖고 있다. 그들의 문화적 행위를 폭력적이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행위로 재단하려 드는 것인데 특히 기성세대들은 그들을 훈육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이동연 씨는 “이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복지정책의 하나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기성세대가 십대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고 이들 스스로 문화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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