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 - 1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다. 도시 낙후, 인구 감소 등 지역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하나의 해법으로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선언했다. 장병인 하우스컨실팅 대표가 '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도시' 연재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미래를 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본다.  

 

여름이 가고 가을바람이 솔솔하다. 이제 곧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올 텐데.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경이 있다. 도시미관 정비사업. 소문들에는 남아있는 예산을 소비하기 위한 일이라고 하는데. 파헤쳐진 보도블럭은 적폐 행정의 상징적 모습이다. 물론 꼭 필요한 교체까지 뭐라 할 건 없다. 따지고 보면 보도블럭의 교체도 도시재생 아니던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방문했다.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 목적으로 첫 번째 방문한 곳이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 건립운동을 시작해서 서명과 지역운동을 통해 노후화된 연립주택 3개동을 개조해 도서관을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대통령은 이곳의 사례를 보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한 혁신적인 모델이고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협치의 모범이며 마을이 살아나는 이상적인 도시재생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의 특징은 시작부터 끝까지 마을을 만들어가는 중심에 주민들이 있었다.

2017년 말을 시작으로 도시재생 뉴딜예산이 전국으로 집행되고 있다. 2018년 3월에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로드맵에서는 ‘전국적 인구감소와 도시축소 문제. 대도시의 건축물 노후화로 인한 삶의 질 저하에 대한 공간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도입 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추진배경을 바탕으로 1.도시공간 혁신 2.도시재생 경제활성화 3.주민과 지역주도를 3대 추진 전략으로 설정했다.

도시공간 혁신 전략에는 노후 저층주거지 개선정비를, 도시재생 경제 활성화 전략에는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스타트업 지원, 재생지역 건축물 개량, 부동산투자회사의 지원 등 도시경제 생태계 지원을, 주민과 지역 주도 전략에는 도시재생을 위한 교육사업,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지원 등이 사업의 핵심이다. 선정된 도시의 건축기준을 완화해주고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법제도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인구소멸과 도시 낙후. 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가 근사한 가로등이 없어서일까. 간판이 낡아서일까. 뉴딜사업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처가 국토부란 것만 보더라도 확실히 도시재생의 핵심은 토건에 있다. 토건적 도시재생이 필수적인 항목이긴 하지만 문화와 교육 같은 부분들이 핵심 부분으로 추진되어야 도시재생은 성공에 가까워진다.

1970년대 허허벌판 강남을 개발하면서는 최우선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학교들을 대부분 이전시켰다. 이미 수십 년 전에도 신도시를 형성하는 데 교육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8학군 브랜드는 강남의 부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지금도 유명 학원가 일대의 교통체증은 밤마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멀게는 한 시간 가까이 거리를 두고 온 사람들도 많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생태계를 조정하는 일이다. 도시의 인구가 줄고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확한 분석은 명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기승전콘크리트’의 해결방식으로는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왜 아직도 도시생태계의 중심이 콘크리트여야 하나.

시대에 따라 도시 생태계도 다양해졌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이 좋은 모델이 되는 것은 다양한 도시생태계에 적합하게 시작부터 다른 새로운 답안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 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은 격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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