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금고 모델‘신나는 조합’

‘신나는 조합’의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실직빈곤 상태에 있는 5명이 한 조를 꾸려 공동사업을 하면서 서로의 자활의지를 북돋운다. 또 매주 한 번씩 모여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대출금도 갚아가면서 한가족처럼 지낸다.

강화에서 근거지를 둔 ‘마리’라는 소모임은 4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이 한 팀이 되어 유기농 농산물을 가공하여 팔고 있다. 작년에는 환경농민회가 기른 고추를 절여 팔았는데, 라디오 프로에 소개되어 전량을 택배로 판매, 대출금을 상환하고도 22만원씩 분배했다. 지난 5월부터는 고추장, 된장도 만들어 팔고 있다.

신나는 조합의 실무자 김희숙씨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매우 어렵게 살고 있는 ‘차상위 계층’이나 신용불량자에게는 신나는 조합 같은 사회연대기금이 최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현재 신나는 조합에는 ‘마리’ 외에도 4개의 소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신나는 조합은 민간이 돈을 모아 실직빈곤층의 공동창업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나라 최초의 사회연대금고라 할 수 있다. 신나는 조합의 사례에 주목하는 것도 한국형 사회연대금고의 실험이자 향후 사회연대금고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각종 교훈을 경험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명이 한 조되어 공동사업

지난해 7월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으로부터 5만달러(약 5천500만원)를 빌려와 시작한 ‘신나는 조합’은 그라민은행의 모델을 따라 실직 빈민 1인당 1000달러(약 100만원)씩 연 4%의 이자로 1∼2년간 무담보로 대출해 준다. 주분할 방식으로 상환하는데 첫 상환에 성공하면 신용도가 높아져 대출한도가 올라갈 수 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나는 조합은 저소득 실직계층으로 하여금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종자돈을 빌려줌으로써 탈빈곤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공동체형 사업추진방식을 통해 사회적 지지망으로부터 단절된 실직빈곤 계층에 삶의 의미를 복원시켜 주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그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태도를 형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같은 의의와 별도로 신나는 조합이 풀어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신나는 조합의 한계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여건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사회연대금고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눈여겨봄직하다.

지난 18일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마련한 토론회에서는 신나는 조합의 활성화 방안과 사회연대금고를 위한 과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부 주도 기업등 투자기금 확충해야

우선 우리 나라는 사회연대금고의 구성을 허용하는 법률이 없어 기금을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 빌려간 사람이 갚지 못하면 그대로 돈을 떼이는 것이다. 신나는 조합 실무자는 “대출을 결정하기 전에 신청자들을 방문하는데, 자활의지도 높고 성실해 보여도 상환능력을 확신할 수 없어 돈을 빌려주지 못할 때 매우 안타깝다”면서 “기금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한다.

지원금액이 너무 작은 것과 5인이 한 조를 이루는 것도 신나는 조합의 활성화를 막는 측면이 있다. 신나는 조합이 모델로 삼고 있는 방글라데시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75달러 정도면 충분히 생활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1000달러로도 할 수 있는 것은 엿장수 등 좌판 밖에 없다. 또 조건과 뜻이 같은 사람을 다섯 명 모은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는 그라민은행과의 계약조건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사회연대금고를 오랫동안 시행해 온 서구에서는 1700만원∼1억원 사이의 투자가 가장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기업이 정부 주도 아래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투자를 통해 기금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김수현 서울시정개발원 연구위원은 “우리 나라에서는 이제 막 사회연대금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상태지만, 신나는 조합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개발도상국 모델은 우리에게 잘 맞지 않으므로 다양한 모델을 참조해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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