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으로] 외모를 바꾸고 싶다
[TV 속으로] 외모를 바꾸고 싶다
  • 문환이 자유기고가
  • 승인 2018.09.05 18:02
  • 수정 2018-09-17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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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중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중

아름다워지고 싶다. 인류는 단 한 순간도 이 명제를 버린 적이 없다. 이제는 배부르고 싶지 않고, 자식을 많이 낳기를 원하지도 않으며, 신을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시공간에 따라 변할 뿐이다.

여기 두 여자가 있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최성범 연출, 최수영 극본)의 미래(임수향 분)와 영화 ‘아이 필 프리티’(2018)의 르네(에이미 슈머 분). 미래는 ‘평타도 되지 않는’ 얼굴 탓에 자존감이 바닥이다. 다이어트와 성형 수술로 누가 봐도 미인이라 할 수 있는 외모를 ‘장착’하게 됐지만 아직 거기에 걸맞은 자신감은 못 가졌다. 한편, 르네는 자기 얼굴과 몸에 자신이 없다가 어느날 머리를 다치면서 거울 속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미인이 되었다고 믿게 된다. 영화 제목이 ‘아이 엠 프리티’가 아니라 ‘아이 필 프리티’인 이유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중

우리는 미래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래야, 넌 이미 예쁘다. 그리고 외모보다 너의 배려심 깊고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더 예뻐. 자신감을 가져.” 르네에게도 마찬가지다. “르네야. 맞아. 아름다움은 결국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야. 너의 그 자신감이 널 아름답게 만들고 있어. 화이팅!” 그런데, 거울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인가?

우리는 원한다면 몸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다. 머리색을 노랗게도 검게도 바꿀 수 있고 분홍색도 가능하다. 눈동자 색? 물론 바꿀 수 있다. 피부색도 바꿀 수 있고, 세월의 흔적도 없앨 수 있다. 코도 오뚝하게 만들 수 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애플힙을 가질 수도 있다.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또 여러 코스메틱 제품들을 통해 우리는 외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상류층 사람들만 전족을 했고, 코르셋으로 몸을 조였지만 이제는 모두 그럴 수 있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아름다움의 민주화랄까? ‘무엇이든 될’ 자유가 생기면서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굶어 죽을 자유’가 생긴 그들처럼 아름다움의 노예가 됐다. 우리에게 아름다워질 자유가 허락되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도 아름다워지지 못하는 자기혐오에 빠지게 됐다. 우리 눈에는 충분히 예쁜 미래와 르네가 그렇듯이.

자본주의는 여성을 ‘아름다운 꽃’으로 보게 만들었다. 뷰티 산업과 다이어트 산업, 그리고 성형의술, 그 외 수많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폭력적인 외모주의는 점점 더 도를 더해갔고, 아름답지 않으면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으니 자존감이 떨어졌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더 아름답지 않다며, 이제는 마음에까지 화장을 하라고 세상은 요구한다. 명상이 돈이 되고, 멍때리기가 대회가 되며, 우울증은 산업이 됐다. 그렇게 외모를 넘어 마음까지 치장하고 바꾸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불안함은 나만의 것일까?

헤겔은 『철학사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현존재를 자신의 특수한 성격, 욕망, 의지에 맞추고 그래서 자신의 현존재를 스스로 즐기는 자, 그는 행복하다.” 헤겔은 남자고, 옛날 사람이고, 잘나가는 철학자니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다.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 역시 바꾸고 싶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성형수술을 하든, 다이어트로 몸을 줄이든 그것이 나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라면 그 또한 나의 특수성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문제는 특수성이고 주체성이고 능동성이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날 보편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내 기준을 스스로 정해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문환이 중학교 2학년때 주윤발에 반해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영화를 공부하고, 15년쯤 영화밥을 먹었다. 할 만큼 했단 생각에 아이맥스 극장도 없는 제주로 이주했다. 영화 일을 할 때만큼 영화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온전히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작품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졌다. 쉬는 날엔 책을 읽고 놀고 싶을 때는 TV를 보는 기혼의 무자녀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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