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여성주의자들 세미나 교재 발굴

여성학에 관심을 가지고 한데 모여 세미나라도 해보려 하면 마땅한 교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책 중 도대체 어떤 책이 내가 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여성주의 시각을 제공해 줄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고민이다.

얼마 전, 부산대 페미니즘 웹진 <월장> 편집위원인 박김혜정(부산대 4)씨는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에게 ‘이름도 없는’ 두툼한 파란색 책 한 권을 건넸다. 이른바 ‘박김혜정 출판사’가 발간한 셈인 이 책은 그가 직접 세미나 준비를 위해 성폭력, 성매매, 여성 노동 등 분야별로 좋은 논문이나 책을 발췌해 엮은 것이다.

박김씨는 “세미나를 하는 개인마다 욕구가 다양해 그것을 충족하려고 하니 고민이 됐다. 또 페미니즘을 접한 정도도 달라 그 수준을 맞추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현안 중심으로 쓴 글들을 모아 손수 교재를 준비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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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는 현실적인 삶을 바탕으로 여성들 간의 분리와 차이에 주목한 캐롤린 라마자 노글루의 <페미니즘, 무엇이 문제인가>를 비롯, 우리 사회 노동문제에 대해 여성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조순경의 <노동과 페미니즘>이 담겨 있다. 더불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여성계 현안들을 반영하고자 페미니즘 웹진 <언니네> <여성신문>의 특집기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한편 최근에는 실생활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 몇 해 전 성폭력 관련 재판과정에서 변호사가 직접 쓴 재판문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논의하는 등 재판문을 또 하나의 세미나 교재로 삼았다. 박김씨는 “사안별로 봐야 할 자료들이 다르기 때문에 세미나에서 논의될 문제와 목적에 맞게 새로운 자료들을 모집해 그 재미를 더해 가자”고 제안한다.

여성문제 연구 동아리 ‘여울슬’ 또한 최근 들어 새롭게 세미나 교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올해로 동아리 생활 1년차인 최이지은(부산대 2)씨는 “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다보니 그것에 대한 논의가 많이 오간다. 또 예전과는 달리 쉬운 문제부터 접근하고 시사적인 부분들도 접할 기회가 늘었다”며 변화를 언급한다.

이에 맞춰 그는 한국여성연구소에서 발간한 <새 여성학 강의>를 비롯한 이론서를 기본 틀로 삼는 동시에, 매순간 여성계 소식을 좀더 신속히 접하고 논의하기 위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들까지 교재로 삼았다. 재미있게 즐기며 읽을 수 있는 페미니스트 잡지 도 포함된다.

총여학생회 관계자 황임봉(부산대 4)씨는 “우리가 관심 갖는 주제들을 다양하게 담아내는 자료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처음 페미니즘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오한숙희씨의 <너무 아까운 여자>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설명한 책들을 교재로 삼을 것을 권한다.

“세미나는 공통된 의견을 모아내는 것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인식의 차이를 알아 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박김씨의 말처럼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위한 좋은 교재를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김장효숙/부산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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