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시면 안됩니다] 규정이 없던데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규정이 없던데요?
  • 박찬성 변호사 ‧ 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 승인 2018.09.04 15:47
  • 수정 2018-09-0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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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을 받았다.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에 관해서도 징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은데, 정작 기관 내의 인사관련 규정에서는 2차 피해라는 말을 도통 찾아볼 수조차 없어요. 사내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에서 2차 피해에 대한 징계나 그 밖의 조치 규정을 만들어 둔 것만으로 정말 충분한 건가요? 인사규정에는 내용이 없는데도 괜찮다고요? 징계는 해야 된다는데 도대체 무얼 근거로 징계를 하라는 거죠?’

흥미로운 질문이다. 물론, 법률가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어, 왜 저런 걸 궁금해 하면서 미심쩍어 하는 거지? 저게 왜 문제가 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법한 물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법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라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항이다. 징계나 그 밖의 불이익조치를 섣불리 잘못 내렸다가는, 꽤나 오랫동안 분란이 이어지면서 시끄러워 지고 담당자로서는 골치가 지끈거려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나.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우선, 사내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에서 2차 피해에 대한 징계와 그 밖의 상응조치를 명시해 두었다면 이것만으로도 분명하고 충분한 근거가 된다. 법률이나 그 밖의 규정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적용되는 몇 가지 일반적 원칙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별법 우선 그리고 신법 우선의 원칙이다. 2차 피해에 대한 징계를 명시하고 있는 기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이 정상적인 사규 입안 절차를 모두 밟아서 성안되어 발효되었던 것이라면, 비록 인사규정에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유발에 대하여는 징계한다.’라고 한 번 더 명시해 두지 않았더라도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에 관해서는 인사규정보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법령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공공기관이나 국가기관,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하는 공기업 등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관련 규정을 아예 마련해두지 않은 사례는 최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를 마련해 두기는 했으나 2차 피해 유발자에 관한 징계 등 조치를 정해놓고 있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설마 규정 자체가 없지는 않겠지만, 혹여 사후적 정비에 미흡해서 2차 피해 관련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을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때에도 걱정하지 마시라.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기관에서 공통된 징계사유로 삼고 있는 것은 ‘법령상의 의무 또는 명령 등의 위반’이다. 말인즉, 법을 위반했다면 일단 이는 징계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위법행위를 했는데도 아무 조치도 없이 언제나 멀쩡히 회사생활을 그대로 하게 놓아두어야 한다면 이건 좀 이상하다. 최소한 직무에 관련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면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피해 등 추가피해 유발은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 제5항,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같은 법 제37조 제2항 제2호, 제38조가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여기서 금지되는 것이 ‘직무상’ 범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라는 점도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2차 피해 유발은 직무에 관련된 법률상의 금지규정 위반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관 내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에 2차 피해 관련 사항이 정해져 있든 그렇지 않든, 그리고 인사관련 규정에서 ‘2차 피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 마디도 볼 수 없다한들 아무 상관이 없다.

사실 여성가족부 또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위탁을 받아 공공기관 폭력예방실태 현장점검을 나가보면,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상에서 ‘2차 피해’에 관한 내용은커녕 수년 전에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여성발전기본법」을 아직도 근거법률로서 그대로 적시하고 있는 사례도 여전히 적지 않다.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각 기관에서는 새 법에 맞추어 조속한 시일 내에 전반적인 내규 개선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권한다.

어쨌든 이와 같이, 법적으로는 2차 피해 유발자에 대한 조치를 내림에 있어서 한 치의 망설일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일선의 실무담당자로서는 겁이 날 법도 하다. 그러니 각 기관으로서는 모든 관련 규정을 전체적으로 정합성 있게 정비하면서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유발에 관한 확실한 근거 조문을 1차적으로 징계 등 조치에 직결되는 규정에 마련해 두는 편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법령뿐만 아니라 그 밖에 각 기관 내 사규와 같은 자치규범은 법률가의 전유물이 아니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법률가의 해석을 기다려야만 하는 조문은 불친절한 것이다. 꼼꼼히 잘 읽어보기만 한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야 잘 만들어진 규정이다. 근거는 사전에 탄탄히 갖추어 두되, 2차 피해 관련 조항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우리에게 와 주기를.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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