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문화 퍼뜨리는

성매수 후기 사이트들 버젓히 영업중

업소·성매수자·광고업체 등

촘촘한 불법 수익구조 형성

사법당국의 방치와

처벌 부재로 악영향 커져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한국 남성들끼리는 성구매를 자랑하고, 성매매 여성을 품평하며, 여성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유포하는 일이 ‘문화’가 됐다. 우리 일상에 파고든 성매수 후기 문화는 여성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남성들에겐 성착취를 권한다. 여성을 ‘고르고 싸게 착취하는 법’이 ‘돈 되는 콘텐츠’인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은 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수사·사법 기관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한국 남성들끼리는 성구매를 자랑하고, 성매매 여성을 품평하며, 여성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유포하는 일이 ‘문화’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한국 남성들끼리는 성구매를 자랑하고, 성매매 여성을 품평하며, 여성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유포하는 일이 ‘문화’가 됐다.

“영계에 슬림하며 가슴도 자연산 C컵 마인드까지 ”

“특활어급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준활어 이상”

“얼굴은 평범한 중중... 그러나 몸매가 좋습니다. ”

국내 대형 성매수 후기 사이트인 Y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후기들이다. 성매매 여성의 이름, 나이, 키, 가슴 사이즈 정보는 기본이고, 얼굴, 몸매, 언행, 서비스와 반응, 할인 정보 등도 자세히 설명한다. 성관계 장면을 ‘움짤’(사진을 연속 재생해 동영상처럼 보이게 만든 것)로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사진이나 영상이 포함된 후기일수록 조회수와 추천수가 높다. “접선하고 싶은데 소개 부탁합니다” “오늘 보러갑니다” 등 성매수를 암시한 댓글도 수십 개씩 달린다. 업소 관리자들은 감사를 표하는 댓글을 남긴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Y사이트에 올라온 후기 게시물은 총 2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서울 지역 ‘건전마사지’ 업소 후기만 5만여 건 이상이다. ‘키스방’ ‘오피스텔’ ‘휴게텔’ ‘해외탐방’ ‘여관바리’ 등 업소 분류별 후기 게시판이 총 11개다. 김민영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이런 후기 사이트가 100여 개가 넘는다. 성매수 남성들이 공유하는 정보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IT강국 한국이 성매매 문화도 선도하는 중”이다(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 다목적홀 한터에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긴급토론회 ‘성매수/구매 후기문화를 고발한다’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 다목적홀 한터에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긴급토론회 ‘성매수/구매 후기문화를 고발한다’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이트당 성매매 후기 수십만건

인증절차 없어 쉽게 가입·이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회의실에서 연 긴급 토론회 ‘성매수/구매 후기공유 문화를 고발한다’를 열었다. 만연한 성매수 후기 문화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성매매 산업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성매수 후기 문화는 개인들의 문화라기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거대한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간판 없이 일반 오피스텔, 스킨케어(예약제) 업체 등으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가 늘며 ‘검증된’ 업소를 찾는 성매수자들이 늘었다. 성매수 정보와 후기를 전문적으로 올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불법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일종의 ‘파워블로거’다. 이들은 보통 업체별로 광고료를 30~50만원씩 받는데, 1년에 2000여 개 업소를 광고하면 1억원은 벌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의 프로필을 제작하는 업체, 포털사이트 검색창이나 광고에 성매매 업소 정보를 노출하는 업체 등도 생겨났다.

성매수 후기 사이트 대부분은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해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운영진들이 수사와 단속을 피해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도 인터넷만 할 줄 알면 언제 어디서나 ‘밤문화 후기’ ‘업소 후기’를 보고 여성의 사진·영상·외모 품평 등을 공유할 수 있다. 가입만 해도 주어지는 포인트로는 성매매 업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할인쿠폰 등을 살 수 있다. 포인트를 쌓으려면 글쓰기, 댓글 달기, 사진·영상 다운로드 등을 해야 한다. 사이트를 계속 이용하게 하는 미끼인 셈이다.

불법촬영·유포·모욕에 속수무책

손님 끊길까 원치않는 요구도 응하는 여성들 

더 심각한 문제는 성매수 후기 사이트가 불법촬영·유포·모욕 등 디지털 성폭력의 온상이라는 점이다. 최근 여성들을 충격에 빠뜨린 노인 여성 성매매 사진 온라인 유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요즘 후기 사이트에는 ‘노모 실사’(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사진) 업로드, ‘가성비’ 분석이 기본적으로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동의 없이 얼굴과 성기가 드러난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기도 하고, 여성을 모욕·명예훼손하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언제나 불법촬영 범죄에 속수무책이었지만, 후기 문화가 퍼지면서 일상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형편이다. 성매수자들은 후기를 통해 여성들의 상황을 미리 알게 된다. 자연히 조건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쉽다. 성매매 여성들은 만난 적 없는 성매수자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으니 불안해하고, 손님이 끊길까 두려워 원치 않는 요구에도 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성매매 여성의 연락처를 알아낸 남성들이 ‘소문대로인지 확인해 보자, 몸과 성기 사진을 보여달라’ ‘대화해 보고 재미있으면 찾아갈테니 놀아달라’고 요구해 여성들이 괴로워한다는 후기도 자주 눈에 띈다.

반성매매 활동가들은 “후기 문화야말로 성 산업의 유지 동력”이라고 말한다. 성매수자들은 후기 사이트를 커뮤니티 삼아 어떻게 하면 처벌받지 않고 마음껏 성매수를 할 수 있는지를 활발히 논의·공유한다. 성구매 시 주의사항, 가격 흥정 방법, 미성년자가 성매수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법, 현재 시세 등도 친절하게 공지로 올려둔 사이트가 많다. 익명 게시판을 활용해 변호사에게 성매수·성폭력 관련 법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여성들이 피해를 입증하기란 더 어려워졌고,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품평하는 일은 온라인에서 흔히 벌어지는 ‘놀이’가 됐다.

이러한 후기 사이트들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서 유감스럽다. 수사기관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김 소장은 “경찰은 고전적인 업소 중심 단속이나 산발적 수사에 집중할 게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도 흔히 접속할 수 있는 후기 사이트를 추적해 성매매 산업의 ‘몸통’에 접근해야 한다”며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들이 ‘성매매 알선은 범죄’임을 인지하고 수요를 차단할 책임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여러 후기 사이트 등 불법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소라넷 사례만 봐도 경찰이 얼마든지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수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양한 성매매 알선고리를 차단할 전략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성매매업자의 전화번호를 통화 불능화하는 ‘3초마다 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여성이 성매매 과정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돈을 받았으면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인식도 문제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돈이 오가는 순간 너무나 넓은 범위의 폭력이 무마된다. ‘거래’ 이상의 범죄가 일어나도 여성은 제도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며 “불법촬영·촬영물 유포 등 사이버 성폭력 이후 금전적 대가를 받은 피해자들은 수사법률 지원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피해 회복도 더디다”고 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은 “사법기관의 의지도 중요하다. 성매수 후기 문화를 여성폭력, 중요한 문제로 인지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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