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 횃불이 등장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 횃불이 등장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성폭력 사건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운집했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운동시민행동)’이 1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인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개최한 이번 집회는 국가와 사법부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가를 행동으로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집회 자유발언에 나서는 이들의 발언 주제도 다양했다.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은 노동현장에서 성평등에 관한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했다. 그는 “남녀고용평등법을 노동현장에서는 종이조각으로 본다. 있으나 마나한 법률이고 지켜지지 않는 법률이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은 종이조각에 서명하면 그만이고 동영상 틀어놓고 다른 일하다가 클릭만 하면 실적이 쌓인다”고 전했다. 또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생리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은 오히려 사용해보지도 못하는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배제하는 핑계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미투는 일자리를 둘러싼 격한 젠더투쟁이다”라고 정의하고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일터에서 여성들에게 강요해왔던 성적 역할을 거부하고 임금노동을 하는 주체로, 노동자로 평등하게 서기 위한 투쟁”이라면서 “미투가 바꿀 것은 일터에서 강요된 여성의 지위다. 성희롱 성폭력을 없애고 채용, 배치·전환·승진 차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 생존자 A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A씨는 얼굴을 드러내고 무대에 서서 써온 글을 읽기에 앞서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성폭행 피해자들이 그 때문에 숨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이런 글을 썼고, 지금 이 자리에서 낭독한다”고 운을 뗐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가 일하던 카페의 매니저였다. 회식을 하던 중 가해자가 주도해 직원들 모두 모텔에 투숙하게 됐고, 피해자는 만취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피해자는 권고사직을 당했고 합의를 주도한 친구와 피해자가 협박죄로 몰릴 상황이 되면서 가해자를 고소해 결국 승소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인들로부터 꽃뱀, 걸레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꽃뱀 신화를 믿지 않다. 보복성 허위신고? 돈을 노린 허위신고? 말도 되지 않는다. 물론, 100% 없다고 장담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을 두려워하며 욕하고, 법적 제한을 둘 만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교통사고에서, 일반 폭행사건에서 합의금을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성폭행 사건에서 합의금을 받으면 꽃뱀 취급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성범죄 피해자들’을 일반화시키고 제단하는 편견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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