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없이도 안정적인 삶’, 제 꿈이 너무 큰가요?
‘결혼 없이도 안정적인 삶’, 제 꿈이 너무 큰가요?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8.13 15:27
  • 수정 2018-08-15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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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성평등 드리머’ 집담회

결혼제도 밖 여성에겐

임대주택은 남 얘기

‘결혼·다인가구’ 중심

주거정책 바뀌어야

 

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주제로 여성가족부 성평등 드리머 집담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
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주제로 여성가족부 성평등 드리머 집담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

결혼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 중심인 주거정책의 틀이 결혼제도 밖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결혼제도 밖 여성들이 겪는 열악한 주거 현실을 들여다보고 ‘정상’에서 벗어나더라도 누구나 성평등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여성가족부 ‘성평등 드리머’ 주거 분과는 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성평등 드리머는 여가부가 구성한 청년 참여 성평등 정책 추진단으로 지난 4월 출범했다. 특히 주거 분과 소속 6인은 지난 100일 동안 공공임대주택 등 기존의 청년 주거 정책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전문가 초청 간담회, 청년 여성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왔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홍혜은씨는 독서실·고시원·불법개조 임대주택을 전전했던 자신의 ‘주거 난민’ 역사를 들려줬다. “언니, 동생 둘, 언니의 애인이 같이 살고” 있다는 홍씨는 “장기적으로 살 만한 주거 환경을 얻으려면 결혼을 하면 된다. 임대주택 정책의 가장 큰 부분은 ‘신혼부부 우대 정책’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정말로 내가 결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후에도 우리들의 삶이 사회의 존중을 받으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는 곧 ‘아니다’라고 판단한다. “점점 떨어지는 혼인율, 개인의 삶을 향한 윗 세대의 피할 수 없는 간섭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 사례, 기혼 여성에게 주어지는 ‘독박 육아/독박 가사/대리 효도’ 3종 세트의 부담, 높아지는 황혼이혼율”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모두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지표”라는 것이 홍씨의 판단 근거다. 하지만 “우리도 엄연한 ‘4인 가족’인데, 혼인 관계로 맺어진 부부와 아이 둘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책의 어디에도 끼어 들어갈 곳이 없어 헤매는 중”이라며 결혼하지 않아도, 주택 대출을 받지 않아도 “인간이 살 만한 곳에서 서로를 돌보고 오래 함께 잘 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개선된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청년층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총 163만가구의 신혼부부와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에 나선다는 것이 정부 발표의 골자다.하지만 최희주씨는 “이번 정책 역시 ‘결혼하지 않거나 혹은 아이가 없는 가정은 불완전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구태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패러다임의 전환’ 역시 없다”고 말했다. “주거비부담을 낮춰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근거로, 그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엄연히 다른데도 ‘집 걱정 없이 일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한데 묶였다”면서 “우리 사회가 여전히 1인 청년가구를 곧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예비 다인가구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씨는 현재 1인 청년가구 지원 정책이 ‘만 29세 이하 청약통장’이나 ‘대학생 기숙사 확충’과 같이 대학생 혹은 이제 막 입사한 사회초년생에 치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몇 년째 눈칫밥 먹는 중인 취준생,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는 30대 알바생, 반전세에 살며 손가락 빠는 비정규직 등 실질적 지원이 절실한 빈곤한 청년층은 빠져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혼하지 않고도 늙어 죽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강조한다. 최씨는 “주거 지원대상이 전에 비해 48만 이상 확대된 것은 분명히 많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단순히 공급량만을 늘려서는 궁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제 국가는 1인가구를 온전한 정상가구로 인정하고 이에 맞는 행정적 변화를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혼하지 않고도 걱정 없이 늙어죽을 수 있는 권리, 1인·비혼·동거 가구의 법적 권리가 보장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부처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주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안전과 밀접한 문제로, 청년 주거 지원정책에 1인 비혼 여성 가구를 포함하는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번 집담회에서 제기된 청년들의 정책 제안을 관계부처와 잘 협의해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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