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피해여성에게 “네가 원한 것 아니냐” 물은 검찰
‘별장 성접대’ 피해여성에게 “네가 원한 것 아니냐” 물은 검찰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8.06 11:43
  • 수정 2018-08-07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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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개 여성단체, 재수사 촉구

“검찰은 가해자의 변호사였다” 주장

“‘별장 성접대’ 사건은

뇌물거래 아닌 성폭력”

“검찰, 여성 인권 외면…

‘뇌물 거래’로만 다뤄”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사건을 제대로 재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사건을 제대로 재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검찰이 일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조사하며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주장을 외면하고 오히려 “네가 원한 것 아니냐” “성관계 가질 것 예상했지 않느냐”며 2차 피해를 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성폭력 피해를 일관되게 증언한 여성이 있었음에도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를 ‘뇌물’로만 조명하고, ‘성폭력’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673개 여성단체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검찰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외면한 채 ‘뇌물 거래’ 프레임으로 수사했고, 결국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고 검찰을 규탄했다.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불리는 이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13년 3월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과 검찰 수사를 잇달아 받고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김 전 차관으로 지목된 남성이 등장하는 성접대 의혹 동영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성문 분석 등을 통해 성접대 의혹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결론 냈으나, 검찰은 그해 11월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관련자들 진술이 일관성이 떨어지고,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2014년 7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카메라등이용촬영, 특수강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습강요)으로 고소하면서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A씨에 따르면 지인의 소개로 윤씨를 알게 된 그는 1년7개월간 지속적으로 협박, 폭행,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한 심리적 억압 상태에서 성관계를 강요당했다. 김 전 차관도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것이 A씨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다시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두 차례 불기소처분한 결정에 따르면 검찰은 “피해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등을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했다. 당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면서 이후에도 끊임없이 재수사 요구가 이어져왔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 이 사건을 본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려 이찬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려 이찬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피해자 A씨의 법률 대리인인 이찬진 변호사는 이날 “사건 기록을 접하고 역겨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을 “경찰이 작성한 7건의 피해자 진술조사와 검사가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사, 불기소결정문 등을 살펴본 결과, 당시 법무부 차관의 범죄가 수사를 통해 공개되면 발생할 수 있는 검찰 조직의 도덕성과 위상 실추를 방지하고자 조직적으로 자행된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수사권 남용의 혐의가 큰 검찰권 농단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1차 검찰수사의 문제로 △검사는 피해자의 피해내용에 관한 진술보다는 피해내용에 관한 탄핵사실을 수집하는 수사를 했고 △피해자가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피해자가 피의자 윤모씨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바랐는지에 관한 조사만을 진행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수사 검사가 피해자를 소환하기 전에 ‘피해자가 대가 관계를 맺은 것’이라는 프레임을 사전 설정하는 등 마치 가해자의 변호사 처럼 조사에 임했다”며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진술의 내용을 탄핵하고, 자발적 성관계이거나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가 있다는 기조의 조서를 작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진상조사단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접대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라는 심각한 문제지만, 동시에 성을 수단화하고 착취하는 데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원치 않은 성적 행위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자가 그 여성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거나 폭력의 행사를 통해 여성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해 이를 이용하는 자라는 점은 성접대가 단지 뇌물의 문제만이 아니라 심각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젠더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날 피해자 A씨는 서면을 통해  “2013년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짧은 사과라도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게 그렇게 지나친 요구냐”고 검찰에 물었다.

그러면서 A씨는 “검찰은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왜 고소하지 않았냐고 수십 번 물었다”면서 “그럼 되묻고 싶다. 그때 고소했다면 사건은 해결됐을까요? 중요한 건 처음인지, 지금인지가 아니라 제가 피해 받은 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 활동가들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명백하게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음에도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 사회 통념에 편승했다”며 “‘경제적인 요인’을 강조하며 ‘성폭력 사실이 없었다’는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활동가들은 “검찰은 이 사건에서 자행한 인권 침해와 검찰권 나용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해야 한다”며 재수사와 은폐 조작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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