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 옷을 벗어야 ‘다양성’이 보인다
'특권’의 옷을 벗어야 ‘다양성’이 보인다
  • 김선미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7.25 10:32
  • 수정 2018-08-02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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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privilege)은 마치 은행잔고 같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마치 통장에 돈이 들어 있었던 것과 같다. 다 써버려도 내가 백인이기에 이것은 계속에서 다시 채워진다. 빈곤해지지 않는다.

특권의식에 대한 미국의 여성학자이자 리더십 교육 전문가인 페기 매킨토시(이하 ‘페기’)의 말이다. 페기 박사는 1980년대 “백인 특권 : 눈에 보이지 않는 배낭을 내려놓기(White Privilege: Unpacking the Invisible Knapsack, 1989)”라는 글을 통해 ‘백인은 아무런 대가 없이 얻은, 눈에 보이지 않는 특권을 일상적으로 휘두르고 있다’는 이론을 펼쳐 명성을 얻었다. 현재 미국의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웰즐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에서 웰즐리 여성 센터(Wellesley Centers for Women)를 이끌고 있다. 웰즐리 칼리지는 힐러리 클린턴, 매들린 올브라이트, 다이앤 소여 등 인사가 수학한 학교다.

페기 박사는 1987년 ‘시드(The National Seeking Educational Equity and Diversity, SEED)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평등과 다양성 교육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교육을 받고 있는 미국의 학교에서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현재까지 미국의 42개 주 및 15개국에서 온 약 2,600명의 교사가 시드를 통해 교육을 받고 시드 세미나 진행자가 되었다. 시드 세미나는 지금까지 3만명이 넘는 교사들을 만났으며, 3백만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평등과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었다.

개인적인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페기 매킨토시 박사를 만났다.

‘시드’ 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시드(SEED)는 자기 성찰이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변화를 촉진하고 평등한 교과 과정, 캠퍼스, 직장 및 지역 사회를 위한 역량을 키워주는 전문개발프로그램이다. 우리는 개인을 훈련시켜 각자가 속한 기관이나 지역 사회 내에서 진행 중인 세미나나 수업에 도움을 준다. 시드의 선생님들은 자기 성찰, 증언, 다른 사람들의 얘기 듣기, 체험적·집단적 학습을 포함하여 세미나를 디자인한다. 이 방법론을 통해 우리가 억압, 권력 및 특권 시스템을 인정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서로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인식시켜준다.

어떤 분들이 어디에서 배우러 오나?

워싱턴이든 캘리포니아든 혹은 라틴아메리카, 아시안 등 다양한 분들이 오신다. 그런데 그들은 평소에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란다. 자기가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한다. 자신의 집에서 청소해주는 도우미에게도 배울 수 있음에 놀란다. 마음(soul)이 확장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시드에서 하고 있는 대표적인 활동를 소개해주신다면?

시리얼 테스티모니(serial testimony)를 소개하겠다.'시리얼'은 지속적으로, '테스티모니'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의 의견을 묻지 않는 거다. 의견을 묻는 것이 왜 조심스럽냐면 의견은 일반적인 얘기들을 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네 개의 파트가 있다. 우선, 당신이 원하지 않고 당신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적 있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구체적인 예로 젠더, 종교, 태어난 곳 혹은 가문 등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경험이 있으면 옆에 있는 파트너에게 1분 동안만 그 경험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두 번째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1분동안같은 경험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규칙이 있다. 웃지도 말고 고개를 끄덕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심지어는“네가 전에 뭐라고 그랬는데”하고 그 이전에 파트너가 했던 이야기를 언급하지도 말고 어떤 공감도 표현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가만히 듣기만 하라는 의미이다.

세 번째는 맨 처음 말한 사람에게 “당신이 하지 않았는데 갖게 된 특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것은 계급일수도 있고 다양하다. 특히 미국에 있는 백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화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본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직면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로 말하는 사람까지 그렇게 진행하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근데 이 분들은 선생님들이다. 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학생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나이가 많기 때문에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데 사실은 학생들한테 더 많이 배우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식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권이 뭔지에 대해서 깨닫고 그들을 통해서 배우는 거다.

시드를 경험한 선생님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학생들은 시드를 경험한 선생님들이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본인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런 선생님들이 자존감도 높고 다른 선생님들하고 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 수업이 더 인기가 있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듣도록 하나?

우리는 선생들에게 두 가지 목소리를 듣도록 한다. 하나는 그들 자신의 삶의 내면의 소리(inner voice)를 듣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이다. 특히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한다.

이것은 우리 안에 있는 위계를 보게 한다. 이 과정에서 위계가 어떻게 내안에 자리잡고 있는가를 볼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특권적 인종이며, 백인이라는 것이 미국에서 보다 쉬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옳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방식으로 자신 안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밖에 있는가를 깨닫게 된다.

 

시드 팸플릿을 들어 보이는 페기 메킨토시 박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시드 팸플릿을 들어 보이는 페기 메킨토시 박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백인인 당신이 특권에 직면하게 된 계기는?

내게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 나는 여성문제를 대학 커리큘럼에 넣기 위한 세미나를 이끌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남성교수들은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었으나 동시에 아주 억압적이었다. 그들은“대학 1학년은 지식을 구성하는‘기초’를 채워야 할 때다. 이렇게 단단한 작업을 해야할 때 이렇게 쉬운(soft) 주제를 넣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여성문제 세미나를 즐기는 남성이었지만 여성문제를 쉬운 이슈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그때 대답했다. 이 문제는 쉽지 않다. 당신은여성문제에 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러자 그는 찬성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여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켜버렸다. 그는 여성문제가 재미있긴 하지만 심각한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지만 억압적이고 모욕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학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나는‘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인종차별주의자, 계급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성소수자 혐오’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바로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백인이 운영하는 큰 대학에서 공부했고, 나는‘백인이 지식이며 지식이 백인이다’라고 배워왔다. 그리고“내가 억압적이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고 나는“그렇다”라고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식도 경제체계도 백인인 내 편이었으며,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먼저 우리는 ‘다양한’ 정치인들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시드에서는 이 문화를 학교를 통해 바꾸고자 했다. 학교 문화를 덜 경쟁적이고 더 포괄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미국의 우파 언론인 중 한사람은 내가 미국 교육을 망쳐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 시드는 동료,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큰 지지를 보낸다. 나는 이런 특권을 사회적 변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아직도 글을 쓰고 사람들은 그것을 읽는다. 강의도 한다. 나는 83세의 노인이지만, 만약 어떤 미친 사람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이미 나는 충분히 좋은 삶을 살았다.

페기 매킨토시 박사는,

하버드대학, 더럼대학(영국), 웰즐리 칼리지 등에서 미국 연구 및 여성학을 가르쳤다. 그는 록키 마운틴 여성 연구소 (Rocky Mountain Women 's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이며 세이지 (Sage) 편집자이기도 했다. 1993부터 1994 년까지 22개 아시아 대학의 여성학 커리큘럼에 대해 카운슬링했다. 현재는 특권 시스템, 직장, 교과 과정 및 교수법의 다양화 워크숍과 성별, 인종 및 포괄적인 교육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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