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인터뷰 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고향 아닌 다른 데선 정치 못 해...

지역·주민 애정 없인 어려우니까”

현역 도의원 상대 경선 승리

지역에 오래 살지 않았다는 아킬레스건

도의원의 역할을 주민들에게 알렸고

가진 능력 계속해서 강조해

 

여성학 석사 출신의 여성단체 활동가가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지역구 선거에 처음 출마해 당선됐다. 제주시 화북동이 지역구인 강성의 제주도의원이다. 화북동이 고향이긴 하지만 제주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뭍에서 산 세월이 더 길고, 본선보다 치열했던 경선에서는 현역 도의원과 맞붙었기 때문에 불리한 구도였다. 해당 지역의 첫 여성 후보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까지 경기도민이었다. 선거를 1년여 앞두고 가족을 둔 채 혼자서 화북으로 귀향했다. 시민단체 활동과 국회의원 비서관 등의 이력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향이 아니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그의 말투는 단호했다.

제주시는 여성 첫 지역구 도의원이 2014년도에야 당선됐을 만큼 여성 정치인에게 척박한 땅이다. 그런 제주도에서 여성인권 및 다문화와 이주민, 사회복지 분야에 전문성과, 사회적 약자의 관점 및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사회전반의 문제를 살피고, 도정을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복지사임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의 승리는 의미가 크다. 더욱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돈과 조직’에서도 열세였다. 인터뷰 1주일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마련된 의원실에서 강 의원을 만나 첫 선거를 치른 과정을 들었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다보니 선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굳이 고향을 택한 이유는?

국회 보좌하면서도 간접적으로 느꼈지만 지역에 대한 애정, 주민에 대한 애정 없이는 정치하기가 너무 어렵다. 수많은 민원과 끊임없이 지켜보는 감시의 눈이 있기에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건 기본적인 애정 없인 불가능하다. 저는 다른 지역에서는 그것을 할 수 없다. 의왕시에서 2005년부터 10년 넘게 살고 있지만 거기서 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더욱이 지역에 좋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한 거지, 내가 배지를 달기 위한 것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다.

돈과 조직에서 여성 후보들이 열세라고들 하는데

시민단체 활동 위주로 하다 보니 현실 정치에서 조직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더라.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지지·응원해달라고 요청은 할 수 있는데 당에 들어오라, 당원 가입하라고 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지역에 오래 살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지만 여성단체 활동을 해왔기에 단체와 관련해 활동하는 우수한 인력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돈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경선, 선거 기본경비가 있어야 하니까. 돈쓰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가령 공보물, 유세차량도 꾸미기 나름이다. 저는 SNS로 유권자를 많이 만났고 조직 관리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또 캠프에는 후보가 왜 그 일을 하려는지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지치고 힘든 선거운동 기간에도 헌신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구호 하나 만드는데도 어떤 가치를 담고 싶어 하는지, 말이 통하고 의논할 수 있으면 정말 든든하다.

약점을 극복하고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다고 보는지.

지역에서 오래 살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본선에서 아킬레스건이었다. 다른 걸로 설득해야 하는데, 지역 도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더 명확하게 주민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지역 행사 참여, 지역의 민원을 알고 있는 것, 주민을 많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제주도가 중대한 현안을 갖고 있는데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강한 시점이었다. 지역 현안도 찬반이 강하게 부딪히는 이슈가 많기에 합리적으로 조정·타협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일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다양한 현장 경험과 국회 의정 시스템 경험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의정이 행정부 견제와 감독 역할을 해야 하고, 행할 수 있는 일꾼이어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고 어느 정도 설득이 된 듯하다.

 

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대학 졸업 직후인 1990년대 초 여성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87학번으로 대학 1학년 때부터 여성 이슈에 관심을 가지면서 혼자 책을 찾아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현상의 구조적 문제는 어렴풋이 이해했는데,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대학 3학년 때 여성학과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이화여대에 직접 찾아가 석사 입학 전형을 알아봤다.

당시 사회적으로도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학생 운동에서 젠더 문제의 부당함을 느끼던 분들이 있었는가 하면,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담론도 올라와 그런 분위기가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기였던 것 같다.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고은영 녹색당 후보와 지역 여성 정치에 관해 고민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제주여민회에서 마을 만들기사업을 하는 팀이 했던 포럼의 이슈 중 하나가 지역 여성정치였다. 제주지역의 독특한 현상이 있는데,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도드라져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고만 생각하기 쉽다. 여성 경제참여율은 늘 전국 1등이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높아지면 정치 참여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제주는 특히 그렇지 않다. 강인한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경제활동도 하니 다른 것도 적극적일 거라 생각하는데 정치는 아니라는 점에 대해 얘기했다.

제주 여성의 정치적 위상은 유독 낮은데, 앞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제주도의원 43명 중 여성은 8명으로 18%다. 성향은 다다르지만 네트워킹을 위해 모여볼 수 있다. 당선되지 않은 여성후보들도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자신감을 갖고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 것 같다.

고은영 후보도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자신의 담론을 가지고 도민들을 만나는 것 자체도 중요한 정치 참여다. 지는 건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아니다. 지역에서 해보니 할 만하다는 성적을 거뒀다. 그렇기에 당락 하나만으로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역에서 여성후보들이 도전할만하다. 지역주민들도 지역 일꾼에 대해서는 성별을 보지 않는 가능성도 높아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더디지만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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