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숨겨야할 것으로 치부돼 왔다. 자신의 성경험을 말하는 남성은 전리품을 자랑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반대로 여성은 쉬운 여자, 밝히는 여자로 불리며 비난해도 되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성적 억압은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 여성의 전족, 아프리카 여성 음핵 절제, 중세 시대 여성 음문에 자물쇠 채우기 등 끔찍한 폭력의 사례가 존재한다.

여성의 성은 처음부터 죄악시된 것일까? 『여성의 性이 聖스러웠을 때: 사랑의 페미니즘을 위하여』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신성하게 여겼던 과거의 증명을 소개한다.

석기시대에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을 ‘거룩한 힘’의 현현이라고 믿었고, 그 생명을 생산하는 여성과 여성의 성기를 숭배했다. 저자는 가부장제 사회 남성이 성적 쾌락을 독점하고, 중세 시대 기독교에서 모든 성적 쾌락을 죄로 여기기 전까지는 성적 쾌락은 문화의 기본이자 행복의 근원이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는 책을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성스러웠던 역사를 짚어내며 여성의 섹스 개념을 상대화하고 역사화한다. 또한 일상에 만연한 여성 혐오 역시 여성의 성적 종속과 밀접히 연관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성의 성적 자율권을 주장하고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성담론을 부끄러워하는 여성들에게 성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한다.

문학·여성·페미니즘·종교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구해온 저자는 본래 하나였던 성적·영적 환희의 회복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또한 남성화된 여성과 여성화된 여성 사이에서 무한히 생성되는 새로운 여성,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를 모색한다.

김명주/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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