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멕시코시티에서 열렸던 여성살해(femicide) 규탄 시위 ⓒ유튜브 영상 캡처
(참고사진) 멕시코시티에서 열렸던 여성살해(femicide) 규탄 시위 ⓒ유튜브 영상 캡처

우세·경쟁·열세 지역 구분해

여성남성 같은비율 공천해야

멕시코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원 의원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나라가 된다. 우세·경쟁·열세 지역으로 세분화해 여성과 남성을 같은 비율로 공천하도록 한 ‘남녀 동수 공천’ 제도 덕분이다.

지난 1일 멕시코에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여성 상원의원 당선자가 남성 상원위원 수를 앞질렀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초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여성 후보 비율이 상원에서 51%, 하원에서는 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취임 이후 멕시코는 여성 상원의원이 남성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여성 하원의원 비율이 높은 나라가 된다.

국제의원연맹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양원제 국가의 상원에서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보다 많은 곳은 없었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집계한 여성 의원 비율은 르완다 하원이 61.3%로 가장 높다. 이어 쿠바 53.2%(단원제), 볼리비아 53.1% 순이다. 단원제인 한국 여성 의원 비율은 17%로 나이지리아와 함께 117위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의 약진이 돋보였다. 멕시코 내 권력 2위로 꼽히는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에 환경운동가 출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를 통해 여성이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된 사례는 처음이다. 대부분 지방의회에서도 여성 당선자 비율이 50%에 달했다. 당선 후  AFP통신은 셰인바움 후보의 당선을 두고 성 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멕시코 사회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는 2016년 기준 122위에 불과했다. 양성평등이 정착된 나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던 이유로 워싱턴포스트(WP)는 멕시코의 ‘실질적 동수 공천 제도’를 꼽았다.

멕시코는 2003년 여성 후보 30% 공천을 의무화한 할당제를 도입하고, 2009년 40%, 2015년 50%로 비율을 높였다. 특히 지역구를 우세·경쟁·열세 지역으로 세분화해 등급별로 남녀 여성과 남성의 동수 공천 비율을 준수하도록 했다. 멕시코 여성 정치인들의 선거법 개정을 위한 법적 소송 끝에 2015년 50%로 높인 것이다. 통상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는 남성 후보를, 패배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여성 후보를 내보내는 꼼수를 차단했다.

WP에 따르면 여성 후보 공천 할당제는 세계 75개 이상 국가에 도입돼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브라질은 여성 공천 할당 비율이 30%지만 실제 당선된 여성 의원 비율은 15%를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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