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남녀동수’ 천명한 페미니스트 대통령

첫 개각 31% 넘나? 남녀동수내각 이행계획은?

남녀동수는 남성의 시혜 아닌 여성의 당연한 권리

남녀동수 책임, 여성의 자질 문제로 변질 경계해야

 

7월 초중순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석인 농림부장관 임명 등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여성 장관들이 교체 대상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개각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대원칙은 남녀동수내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둔 4월 여성신문 등이 참여한 대선후보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임기 내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약을 한 바 있다. 이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단계적 절차로 초대 내각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을 맞추면서 호평을 받았다.

남녀동수내각은 남성의 시혜가 아니라 여성의 당연한 권리다. 단순히 남성권력 집단의 유리천장을 깨는 게 아니라 남녀동수 구성 원칙에 따른 것이다. 김원홍·김인순·김은주에 따르면 성평등 정치와 남녀동수 정치 참여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구성에 관한 대의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대표성 위기 해결을 위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대표의 평등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표성의 공정성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동수 정치 참여는 미국독립전쟁을 촉발시켰던 ‘대표없이 과세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슬로건처럼 남성과 동등한 여성의 대표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의회에서 결정되는 의사는 여성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수 없다. (『지방선거 결과 분석을 통한 정치분야 여성대표성 제고방안 모색』, 2014)

동수내각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가장 최근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지난 6월 2일 취임하면서 17명의 각료 중 11명을 여성으로 기용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법무·경제·국방·교육·노동 등 주요 부처 장관에 여성을 발탁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여성 우위 내각’을 구성했다.

산체스 총리는 6일 조각을 마무리 후 “남녀평등을 지지하고, 능력을 갖춘 인사로 내각을 구성했다”고 자평했다. 여성 각료를 대거 등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3월 8일(세계 여성의 날) 스페인 전역에서 여성 500만명이 성차별과 성폭력에 반대하며 여성 인권 신장을 주장하며 ‘페미니스트 파업’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6월 7일 스페인 새 사회당 정부의 장관들이 취임 선서를 마치고 국왕과 총리를 중심으로 단체 촬영에 임하던 중 국왕과 한 여성 장관이 가벼운 농담을 하자 모두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6월 7일 스페인 새 사회당 정부의 장관들이 취임 선서를 마치고 국왕과 총리를 중심으로 단체 촬영에 임하던 중 국왕과 한 여성 장관이 가벼운 농담을 하자 모두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남녀 각각 11명씩 동수로 구성된 내각을 발표했다. 정치적으로 좌우를 아울렀고, 민간영역 시민사회·비영리부문 인사를 고루 등용하는 등 실험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남녀동수내각을 선보였던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남녀의 성비를 중요하게 고려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답변했다. 특히 트뤼도 내각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졌고 다양한 출신배경을 지닌 정치 신인들이 기용됐다.

우리의 2018년 상황은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계속해서 오르내리면서 내각 여성 50% 달성을 위해 증가는커녕 30%조차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남녀동수내각이라는 목표를 천명한 만큼 첫 개각을 앞둔 지금 지난 1년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세워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할 일이다.

무엇보다 남녀동수에 대한 책임이 여성의 자질 문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여성 인사의 임명을 촉구할 때 ‘여성 인재가 없다’는 공격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이 또한 성평등과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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