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영국 여성들이 유리천장에 맞서는 법
[WWW] 영국 여성들이 유리천장에 맞서는 법
  • 황다운 Ox Box 창립자 (Instagram @oxboxmum)
  • 승인 2018.06.18 08:10
  • 수정 2018-06-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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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주최한 ‘여성들이여, 코너 오피스(corner office·기업이나 조직 내 고위직을 가리킴)를 장악하라!’라는 행사에 참여했다. 옥스퍼드대와 영국 기업 내 남녀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 단체 ‘30% 클럽(The 30% Club)’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이벤트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커리어 우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30% 클럽’은 기업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사, 멘토링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 언론, 기업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10년에 발족해 짧은 역사에도 벌써 영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홍콩 등 세계 각국에서 기업 남녀평등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는 단체다. 어마어마하고 거창해 보이지만 그 시작은 작았다고 한다.

30% 클럽의 창립자 헬레나 모리세이(Helena Morrissey)는 영국 워킹맘들, 특히 금융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자녀를 9명이나 낳은 것 자체도 정말 입이 쩍 벌어지는데, 세계적인 펀드 매니지먼트 회사 CEO 등 정말 화려한 커리어 경력을 자랑하는, 초인적인(?) 워킹맘이라 할 수 있겠다. 모리세이가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서 이사직을 맡았을 때, 남녀평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아 시작한 게 30% 클럽이다. 그 연구 결과는 모든 집단 내 소수 그룹은 전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이어야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당시 영국 회사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임원진의 10~15% 이상을 여성으로 두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세이는 ‘영국 내 주식 상장한 기업 이사진의 30% 이상은 여성이어야 한다’라는 목적을 가지고 2010년 이 로비 단체를 발족했다고 한다. 

30% 클럽이 발족 8년을 맞은 올해, 옥스퍼드대와 함께 주최한 행사의 주 관심사는 영국 정부가 주도하며 30% 클럽도 참여하고 있는 ‘햄프턴 알렉산더 리뷰(Hampton Alexander Review)’ 의 세 번째 보고서 내용이었다. 영국 내 여성의 기업 활동이 아직도 부족한 이유를 사회적, 정책적, 구조적인 관점에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최근 보고서를 공개하며 영국 언론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번 보고서는 영국 내 주식상장 기업 이사진들이 제시한 ‘여성 임원 고용이 어려운 이유’들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 이사진들은 “여성들은 이사진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여성들은 힘든 일을 버거워한다”, “능력 있는 여성들은 이미 (다른 자리에) 고용된 상태” 등의 핑계를 내놓았다. 영국 언론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기업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브렌다 트레노든(Brenda Trenowden) 30% 클럽 대표와 문답 시간도 마련됐는데, 많은 참가자들이 보고서에 관한 내용을 궁금해했다. 이렇게 많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이사진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정말 여성이 리더십을 장악할 수 있을까? 사회 분위기상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속으로는 아직 여성의 능력에 의문을 갖고, 여성의 본직은 사회생활이 아닌 가정에 있다고 믿는 상사들과 동료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을까? 많은 여성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려운 질문에 대한 트레노든 대표의 답변과 토론을 들으며 필자가 느낀 바를 정리해 본다. 이 세상에는 남녀평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의 의식과 가치관을 바꾼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앞길을 간 수많은 선배들과 우리 뒤를 따를 수많은 후배들의 삶이 아쉽지 않은가. 부당한 일이나 잘못된 언행을 볼 때 우리 모두 용기를 내서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라고 발언하자. 모리세이처럼 작은 생각, 행동 하나라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세상을 바꿀 힘을 키울 수 있다. 

영국 여성운동가 밀리센트 포셋(Millicent Fawcett)은 “용감한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용기를 부른다(Courage calls to courage everywhere)”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을 되새겨 보며 오늘날 30% 클럽과 같은 훌륭한 기관이 있어 영국 여성들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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