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들’ 성폭력·도박·사유재산’ 의혹 잇따라

 

오색 연등이 가득 달려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오색 연등이 가득 달려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교계 ‘큰스님’으로 존경받아온 대한불교조계종의 주요 인사들이 성폭력·도박·사유재산 등 의혹에 휩싸였다. 종단 안팎에서는 신속한 진상 규명과 적폐청산, 신뢰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보도된 MBC ‘PD수첩’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성폭력, 은처자, 재산 은닉, 학력 위조 등 의혹과 직지사 주지 법등스님의 성폭력 의혹, 자승스님 등 소위 ‘16국사’의 도박 의혹,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의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됐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도 신도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내부 조사 과정에서 지홍스님이 사찰 산하 유치원에서 부정수급을 한 사실이 드러나 불광사 회주(모임을 이끌어 가는 승려)직을 사퇴했다. PD수첩 보도 이후 설정스님과 현응스님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해 법정에 서게 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소위 ‘조계종 3원장’ 모두가 범죄 의혹에 휩싸인 것은 종단 역사 이래 최초다.

설정·현응·지홍스님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고 PD수첩 방송 내용은 사법기관 조사에서 불기소 처분되거나 소송 과정에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MBC는 비상식적, 비이성적, 비도덕적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최승호 사장 퇴진운동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계종이 명확한 해명이나 내부 진상 규명 등 대응에 나서지 않아 국민의 분노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이러한 문제들이 이미 교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음에도 스스로 자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정화운동의 상징으로 쓰였던 조계종은 이제 부끄러운 이름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이 제기된 모든 스님의 보직 사퇴 △조계종 중앙종회 해산 후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혁신기구를 개설해 투명하고 자정능력 갖춘 종단 구성을 촉구했다.

 성평등불교연대(성불연대)는 잇따른 스님들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권력을 가진 출가자에 의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폭행이 이뤄져 왔다면, 이는 출가자로 교단에 머물 수 없는 바라이죄(승려가 승단을 떠나야하는 무거운 죄)다. 사회법으로도 성폭력 범죄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종단은 엄중조사를 거쳐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법륜승가회 소속 이암, 화림, 선광, 현민, 덕현, 설암, 광전 스님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 당사자들은 (의혹 보도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명 없이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두 원장스님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중진급 스님 40여 명으로 구성된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임시 의장에 여의도포교원 원장 현진스님)도 지난 5일 모임을 열고 ‘대안 모색을 위한 결의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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