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일 시작된 KTX 해고 여승무원의 투쟁은 간접고용에 맞선 싸움인 동시에 성차별에 맞선 싸움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직장을 잃고 13년째 거리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봄’이 올 때까지 여성신문은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첫째 아들 4학년 될때까지

제복 아닌 노조 조끼 입어

“난 KTX에서 내리지 않았다”

 

KTX 여승무원 양혜영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KTX 여승무원 양혜영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혜영(39)씨에게 지난 13년은 “그냥 견디는 시간”이었다. 그는 스물 다섯 살이 되던 해에 KTX 승무원 제복을 입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꿈에 부풀어 시작한 승무원 생활은 조금 지나지 않아 의문이 쌓여 갔다. 최소한의 방송교육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됐고 대다수가 ‘초짜’ 였던 승무원들은 ‘맨땅에 헤딩’ 식으로 고객 서비스 업무와 안전 업무를 해나가야 했다. 하지만 양씨는 사회 초년생이던 KTX 승무원들은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약속된 2년의 시간이 지났고 승무원들이 “직접 고용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정리 해고’로 응수했다. 그렇게 양씨는 동료 280여명과 함께 거리로 내쫓겼다. 투쟁 한 가운데서도 삶은 지속된다. 양씨는 2007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연애 때는 경찰인 남편에게 시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던 적도 있었다. 복직 투쟁을 10년 넘게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13년째 그는 유니폼이 아닌 ‘KTX 전원복직, 직접고용’이라 적힌 청색 조끼를 입는다. 이제 첫째 아이는 조끼에 적힌 글씨를 보고 “엄마가 해고 됐어요?”라고 물을 만큼 컸다. 처음으로 아들에게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며 “엄마는 오래 전에 해고 됐어”라고 알려줬다. 양씨는 “4학년이 된 큰 아이가 ‘사장이 되서 나쁜 사람들 때려주겠다’고 하더라”며 “이제 아들에게 승무원이 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어린이집 영어 강사로 일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안정적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 3월 아예 일을 그만뒀다. 승무원으로 복직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양씨는 “이번 대법원 기자회견에 참여하면서 지난 2006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밤샘시위를 벌였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한 순간도 KTX에서 내리지 않았다. 내 발로 나간 게 아니지 않나”라며 “내리더라도 멋진 승무원으로 복직해 내 발로 내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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