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폭력 수사매뉴얼’ 개정

역고소로 인한 2차 피해 예방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검찰이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로 ‘역고소’ 되더라도 성폭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때까지는 무고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해 법무부와 검찰에 권고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무고, 명예훼손 등 역고소에 시달리는 경우가 늘면서 신고를 주저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성범죄는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아서 수사기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08년에 실시한 주요범죄 암수추정 연구에서 성폭력 범죄의 암수범죄율은 87.5%에 달해, 실제 발생하는 성범죄는 통계 수치보다 최대 6배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3년 친고죄 폐지 이후 성범죄 신고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하는 사례가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성폭력상담기관에는 신고를 주저하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

검찰은 대책위원회 권고에 따라 ‘성폭력 고소사건에 대한 무고 수사 시 성폭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것을 내용으로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해 11일 전국 59개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에 배포했다.

또 성폭력 피해사실 공개 등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경우에도 위법성 조각사유(잘못은 있지만 공익적 목적이 커서 처벌대상에서 배제하는 것) 확대 적용이나 기소유예 처분도 면밀히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법무부와 검찰에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전향적인 시스템을 마련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향후 성폭력범죄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정의로운 처벌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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