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여성들의 피해에는 왜 무감각합니까?”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여성들의 피해에는 왜 무감각합니까?”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5.17 17:12
  • 수정 2018-05-21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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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활동가들, 17일 경찰청 앞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기자회견 열어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회원들이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수사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회원들이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수사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경찰은 그동안 여성들의 불법촬영 가해자 구속수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피해촬영물 유통 플랫폼 서버가 해외에 있어 추적할 수 없다고 했다. ‘행실이 바르지 못해 그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등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 그러나 여성이 가해자가 되자 곧바로 구속하고 포토라인에 세웠다. 피해촬영물이 올라온 해외 서버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와 2차 가해자에 대한 추적수사도 진행했다. 왜 경찰은 여성의 고통에는 공감 않고, 일관성 있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가?”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촬영 성차별수사’를 규탄했다. 또한 “모든 사이버성폭력 범죄에서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 수사와 같은 대응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에 대한 적극적 수사 △가해자 구속수사 △한강을 수색하는 것과 동일한 강도의 현장검증 및 압수수색 △2차가해 증거 수집 및 수사 ▲해외 서버 인터넷 플랫폼 운영자 추적 및 처벌 ▲경찰의 2차가해 처벌·관리감독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활동가들은 “사이버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 수사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에 피해자들은 많은 상처를 입어왔다”면서 “그런데 남성이 피해자, 여성이 가해자가 되자 경찰은 이례적으로 빠르고 강력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편파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리아 한사성 활동가는 “사이버성폭력 피해 유형에는 ‘유포 협박’이 존재한다. 전 남자친구와 같이 친밀한 관계에 있던 가해자가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협박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원한다. 가해자가 신고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영상을 유포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구속수사 의지를 보인 적이 없었다. 결국 피해자들은 신고를 포기하고 사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에 나서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여성들이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길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절망적인 심경을 토로한다”며 “어떤 피해자는 이번 사건을 보고 ‘구속수사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말한다. 왜 여성이 피해자였던 과거 사건에서는 경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고, 2차 가해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회원들이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수사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회원들이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수사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불법촬영 피해당사자의 발언(페이머즈 활동가 대독)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경찰에게 ‘죄송하다. 실수였다. 한 번만 봐달라’고 했다. 가해자의 휴대폰에는 피해자의 하반신이 촬영된 사진과 함께 수백 장의 다른 여성들의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에 따르면, 검찰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남성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성들은 외쳤다. “불법촬영 가해자 구속수사하라 / 해외서버 포르노사이트 당장 수사하라 / (불법촬영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경찰이 직접 조사하라/ 경찰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불법촬영에 대한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로 최근에는 ‘엄마 몰카’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최근 유튜브에는 ‘엄마 몰카’까지 돌아다닌다. (초등학생들이) 엄마가 자는 모습, 옷 갈아입는 모습 등을 찍어서 올리는 것이다. 이는 경찰에서 애초에 몰카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당사자의 동의 없는 촬영은 범죄다. 경찰들은 이를 분명히 알고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합니까? 경찰들은 여성들이 계속해서 죽고 다치고 ‘딸감’으로 소비되는 걸 보면서도 배우는 것이 없습니까?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왜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피해에는 무감각하고, 여성이 가해자일 때에만 발 빠르게 나서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입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경찰의 행동을 우리는 더 이상 참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몰카는 찍지 않도록 교육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예방입니다. 단 한 번의 범죄라도 단호하게 처벌하고 밥줄을 끊어놓아야 합니다.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그것이 사례가 돼 처벌 없이 넘어가는 것이 관행이 되고 문화가 됩니다. 경찰은 이러한 문화를 조장해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씨의 말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보인 ‘이상적’인 수사 절차를 앞으로도 지속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불법촬영에 대한 경찰의 강력 수사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 대표는 “(여성이 피해자일 때) 경찰이 만약 이번과 같은 강력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했으면서 왜 지금은 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수준의 적극성을 보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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