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테크코리아 임태수 사장이 가슴에 캠코더를 달고 직원들을 수시로 촬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불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레이테크코리아 임태수 사장이 가슴에 캠코더를 달고 직원들을 수시로 촬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불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 농성 100일차

최저임금 인상 후

포장부 직원을 영업부로

“감금·성희롱 당해” 거짓 녹음

“영업부 일 못한다”했더니

“퇴근하라”며 1분치 급여 

노동부·여가부 해법 못찾아

“여성 대부분이 중소기업 종사,

레이테크 사건은 상징적인 문제”

 

가슴에 캠코더를 달고 다니는 업체 대표가 있다. 직원들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녹음기도 수시로 켠다. 단순히 대화나 언쟁을 담는 것이 아니다. 농성 중인 직원들이 자신을 감금했다고 거짓말하고, 맞았다고 억지부리는 혼잣말을 녹음기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경찰도, 고용노동부도, 여성가족부도 다녀갔지만 직원들은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다.

문구류를 만드는 서울의 한 중소기업 ‘레이테크 코리아’에서 벌어진 사장의 횡포는 현재진행형이다. 1월 23일부터 시작된 여성 노동자들의 레이테크의 농성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원인이 됐다. 임태수 사장은 포장부의 일을 100% 외주화하면서 포장부 직원들과는 사전 논의도 없이 영업부로 발령을 냈다. 직원들은 외주화를 중단하고 논의부터 하자고 했더니 경영권에 도전하는거냐면서 3개월 중징계감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포장부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서울 종로의 영업부 본사에 출근해야 했고, 사장은 이들에게 영업부의 업무를 할 의향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귀가조치를 지시하고 출근 1분에 해당하는 급여만 지급하고 있다. 이들이 본사에 출근한 후 CCTV를 4개를 설치했다. 감시·폭언 하고, 거짓으로 만든 자료를 증거로 남기면서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직원들은 분개하고 있다.

이들은 5월 2일 농성 100일이 되면서 생계의 어려움과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절 하루 전날 4월 30일 서울 약수동 레이테크 작업장에서 만난 이필자 씨는 사장에게 떠밀리면서 허리를 다쳤다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는 “본사로 출근하면서는 수시로 폭언, 폭행이 있었고 사장이 경찰에 신고해 하루 4~5번은 출동한다. 우리는 농성하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업무달라고 출근 투쟁하는거고 사장을 감금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필자 씨는 “사장이 녹음기를 켜놓고 우리에게 폭행당했다면 거짓말을 하고 수시로 녹음, 촬영하고 있다”면서 “매일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고함을 친다. 징계하고 재판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는데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해고도 하지 않고 괴롭히고 있다. 매일 언어협박을 들으면서 불안에 시달린다. 조합원들은 억울하고 당한 게 많으니 날마다 울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생계 위협까지 받고 있다. 두 번이나 밀쳐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레이테크코리아에서 농성 중인 이필자 씨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레이테크코리아에서 농성 중인 이필자 씨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법망 빠져나가며 직원 탄압, 정부도 손못대

경찰에 막무가내로 캠코더 촬영하는 임 사장을 처벌해달라고 했지만 ‘불법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씨에 따르면 임 사장은 이제 길거리를 혼자 걸어가는 직원도 함부로 촬영하고 있다. 이것 역시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임 사장은 알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은 농성 중인 직원들을 찾아가 면담을 진행했으나 이렇다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 사장은 아버지에 이어 본인도 수년 간 노사갈등을 겪어온 경험 덕분에 탈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을 탄압하고 있어 정부도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다는 게 노동계 사람들의 얘기다.

이들 노동자들은 노동단체들과 2월7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여성노동자 인권지킴이 발대식을 열었다. 3월 15일에는 여성가족부의 ‘민관합동 최저임금 현장대책반’이 레이테크 농성장을 방문했다. 3월21일 여성가족부와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사장 구속을 촉구했다. 4월10일에는 인권위원회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구제신청을 했다.

여성가족부 담당자는 임 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빠른 해결을 촉구하면서 “사장님도 피해를 봤다고 하고 힘들다고 하셨는데 빨리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노동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노동자들의 심리치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후 후속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임 사장이 자기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피해자라는 얘기를 했으니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례적인 얘기”라고 해명하고 “우리가 수사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첨예한 대립과 노사관계 문제 때문에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건 안다”면서도 “면담 이후 서울지방노동청 간부가 노조 측과 사측을 각각 만나 면담을 하는 등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입장은 다르다. 레이테크 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김은혜 금속노조 여성부장은 “ 노동권·인권유린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여성가족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탄압이 심한 사업장이라고 선언적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여성 대부분이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종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레이테크 문제는 여성에겐 상징적인 문제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노동 문제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싸움의 시작은 최저임금 때문에 촉발된 것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이라고 촉구했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 “워낙 작은 사업장이다보니 노동부와 여가부가 서로 하기 싫은 거 아니겠나”면서 “노동자들을 마냥 방치할 게 아니라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사장의 직원 탄압 및 일방적인 영업부 발령에 반발해 농성 중인 이필자 씨가 농성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뜨개질을 해서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사장의 직원 탄압 및 일방적인 영업부 발령에 반발해 농성 중인 이필자 씨가 농성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뜨개질을 해서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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