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50주기

시민평화법정 개최

재판부 “한국 정부 책임인정·배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과 이석태 변호사,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부 역할을 맡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과 이석태 변호사,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부 역할을 맡았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에 관한 모의재판이 21일과 22일 열렸다.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결과, 한국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켜보던 생존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시민평화법정에서 다뤄진 사건은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과 하미 마을 학살 사건이다. 당시 퐁니·퐁넛 마을 주민 74명, 하미 마을 주민 135명이 한국군에게 학살됐다. 두 사건의 피해자 두 명이 원고가 돼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 사과와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병사 개인의 문제로 수렴되지 않고 국가의 책임을 논하기 위해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 형식으로 진행했다. 주심 판사인 김영란 전 대법관과 이석태 변호사,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부 역할을 맡았다.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57) 씨가 당시 상황을 진술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57) 씨가 당시 상황을 진술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이날 학살에서 살아남은 베트남 여성들이 직접 나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57) 씨는 9세(한국 나이) 때 한국군이 쏜 총에 배를 맞고 창자가 튀어나온 채 가까스로 구조됐다. 역시 중상을 입고 구조된 오빠를 제외한 가족은 모두 살해당했다. 약 1년간 입원 치료 후 퇴원한 그는 전쟁고아 신세가 돼 식모살이를 하며 힘겹게 살아왔다. 하미학살 생존자로 동명이인인 응우옌 티 탄(60)씨는 한국군의 학살로 부모님과 남동생 등 가족들을 잃었다. 자신도 수류탄 공격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퇴원 이후 역시 힘겹게 삶을 이어왔다. 이들은 이날 법정에서 “이제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생존자들에게 배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왼쪽부터) 원고측 대리인 김남주 변호사,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 씨, 통역사 응우옌 응옥 뚜엔, 하미학살 생존자로 동명이인인 응우옌 티 탄 씨, 원고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왼쪽부터) 원고측 대리인 김남주 변호사,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 씨, 통역사 응우옌 응옥 뚜엔, 하미학살 생존자로 동명이인인 응우옌 티 탄 씨, 원고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피고 대한민국 측 대리인은 한국군이 학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그랬더라도 퐁니 주민들은 당시 적군이었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관련이 있었기에 민간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박진석 변호사는 “정말 학살이 있었는지, 그랬다면 한국군이 사상자들이 민간인임을 알고도 고의로 죽인 건지, 전쟁법을 위반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 32만명의 참전 한국군을 묶어서 학살 가해자라고 하지 말고 정확히 어디 부대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국회시민정치포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주심 김영란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 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책임을 공식 인정하라.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상해·폭행·성폭력 등을 저질렀는지 진상 규명할 것을 권고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민간인이었다고 인정하고, “증인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며 “100여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이 전쟁 중 일어난 의도치 않은 희생으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고가 내려지자 지켜보던 관중과 생존자들은 박수를 쳤다. 

모의법정 전날(20일)엔 같은 장소에서 ‘가해자’의 자리에 선다는 것-베트남 전쟁에 연루된 우리’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베트남에 우리가 먼저 다가가 사과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전쟁이 병사 개인의 문제로 수렴되지 않도록, 참전 군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 참석자들이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시민평화법정’ 참석자들이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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