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 꽝남성 응우옌티탄(59)과 응우옌티탄(62, 동명이인) 1968년 벌어졌던 한국군 민간학살의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1회 길원옥 여성평화상을 수상한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통역을 맡았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베트남 중부 꽝남성 응우옌티탄(59)과 응우옌티탄(62, 동명이인) 1968년 벌어졌던 한국군 민간학살의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1회 길원옥 여성평화상을 수상한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통역을 맡았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베트남전 주둔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19일 열려

“당시 가족을 죽이고 집을 불태웠던 베트남 주둔 한국군이 학살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베트남에 주둔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학살 생존자들이 19일 대한민국 국회를 찾았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마을의 응우옌티탄(59)과 하미마을의 응우옌티탄(62, 동명이인)씨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박주민·권미혁·진선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퐁니마을의 응우옌티탄 씨는 1968년 당시 8살이었고, 한국군의 학살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까지 가족 5명을 잃었다고 했다.

“저는 배에 총상을 입었고 오빠는 엉덩이가 다 날아갈 정도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죽은 남동생은 한국군이 쏜 총에 입이 다 날아갔습니다. 남동생이 울컥울컥 핏물을 토해낼 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배 밖으로 튀어나온 창자를 부여안고 어머니를 찾아 헤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째서 우리 가족에게 이런 비극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는 그날의 진인한 학살의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하미마을의 응우옌티탄 씨는 11살 당시 집으로 들이닥친 한국군에 의해 어머니, 남동생, 숙모, 사촌동생 둘을 잃었다. 한국군은 탄의 가족과 이웃을 탄의 집 방공호에 몰아넣었다. 탄의 어머니가 저항하자 한국군이 항아리를 깨부쉈고 사람들은 겁에 질려 방공호에 들어가야 했다. 한국군은 양쪽 입구를 막고 두 발의 수류탄을 던졌다. 첫 번째 수류탄에 숙모와 숙모의 아이(2살)가 먼저 죽었고 두 번째 수류탄에 탄의 어머니(50살)와 다른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남동생(8살)과 사촌동생(6살)도 다리를 심하게 다쳐 죽었다.

베트남 침략전쟁의 증거와 당시 발생한 범죄 및 후유증을 소개하는 베트남전쟁증적박물관 전 관장은 “베트남에서 세계인들과 한국사람들이 베트남사람들의 전쟁 고통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베트남과 한국이 보다 평화로운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홍익표 의원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한일 간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시기 여성과 민간인에 대한, 사실상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 폭력”이라면서 “우리 역시 베트남에서 그런 기억을 갖고 잇다. 우리는 진상규명, 적절한 보상, 관련된 사과가 이뤄진 이후에 한국, 베트남이 미래지향적, 발전적 관계로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21~22일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릴 시민평화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하미학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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