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서 역사 써내려온, 세계 곳곳의 멋진 여성들
차별에 맞서 역사 써내려온, 세계 곳곳의 멋진 여성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4.19 10:28
  • 수정 2018-04-24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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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딛고 업적 이뤘지만

역사서 지워진 여성들 

이야기 담은 책 봇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역사를 써내려온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있다. 남극 대륙을 두 발로 건너고, 부족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벽화를 그려 차별과 폭력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가의 독립을 위해 한 몸 바친 여성들…. 하지만 여성의 역사는 널리 알려지지 못한 채 지워져왔고, 우리가 배워온 역사 속의 성취와 과오는 대개 남성들의 것이었다.

이에 여성 역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기 위한 책들이 나왔다.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위험하고 위대한 여자들』, 『최초의 여자들』은 성차별을 딛고 업적을 이룬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에 실린 여성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리다 칼로, 말랄라 유사프자이, 마르타, 에니악 프로그래머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칼파나 차울라, 미리엄 마케바 ⓒ출판사 티티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에 실린 여성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리다 칼로, 말랄라 유사프자이, 마르타, 에니악 프로그래머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칼파나 차울라, 미리엄 마케바 ⓒ출판사 티티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글 케이트 샤츠·그림 미리엄 클라인 슈탈, 출판사 티티)은 남성 중심의 전통을 거부하고 규칙을 부수며 살아간 각국의 여성 40명을 소개한다. 고대 최초의 여성 작가, 노예제와 식민주의에 맞선 지도자, 나치의 만행을 알리다 사형당한 활동가 등 역사를 써내려간 혁명적 인물들의 성취를 되짚는다.

탈레반 점령지의 억압적 일상과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현실을 고발해 2014년 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부터 여성을 억압하는 전통적 관습을 거부하며 자신이 겪은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지닌 문제를 노래로써 알리고자 한 ‘미리엄 마케바’, 최초의 전자식 계산 컴퓨터 에니악을 프로그래밍한 6명의 미국 프로그래머들, 나치를 비판하는 글을 써 독일 정부에 대한 저항을 호소한 ‘조피 숄’까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 내온 여성들은 세계 곳곳에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 티티의 오주형 편집자는 “청소년 성교육에 관심이 있어 국외 단행본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알게 됐다. 책 안에는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았다”며 “‘마땅히 기록되고 알려져야 할 이들의 성취가 왜 전해지지 않았던 걸까’ 의문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여자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오 편집자는 “그들이 이룬 업적은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서 싸우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현재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 여성들이 만들어온 역사를 기록하고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태어난 곳이 어디든, 사회가 어떻게 그들을 가두든 굴하지 않고 세상을 마음껏 누비며 살았다. 이 책을 읽는 여성 청소년들도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 못할 길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위험하고 위대한 여자들』(정수임, 출판사 우리학교)은 역사에 남을만한 발자취를 남겼음에도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여성 16명을 소개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해방을 부르짖으며 자유로운 예술가로 활동한 나혜석,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미국의 흑인 시민권 운동을 이끈 로자 파크스 등 세상을 향해 목소리 낸 위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일본 산악인 다베이 준코, ‘조선의 하늘은 조선인이 날아야지’라는 다짐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된 권기옥, 기형인, 동성애자, 장애인 등 세상으로부터 소외받는 이들을 프레임에 담아 기록한 다이앤 아버스,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맹렬히 투쟁한 에밀린 팽크허스트 등이 주인공이다.

정수임 작가는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여성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여성들의 삶에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에 며칠간 도서관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살펴봤다. 그런데 여성의 역사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더라. 그래서 남성, 백인, 유럽인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피부색이나 나라에 상관없이 오롯이 여성의 삶을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정 작가는 “여성이자, 교사이자, 딸이자, 엄마이자, 며느리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저는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그것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양보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길들여지기도 했다”며 “이 책을 쓰기 위해 여성들의 삶을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삶과 권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정 작가는 “잊혀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그녀들의 삶을 소개하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초의 여자들』(해수·김태경, 출판사 하쿠나마타타)은 의사 박에스더, 의병장 윤희순, 문인 김명순, 농촌운동가 최영신, 기자 이각경·최은희, 비행사 권기옥, 변호사 이태영, 영화감독 박남옥, 농학박사 김삼순 등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들을 조명한다.

이번 책을 기획한 하쿠나마타타 출판사 측은 “지난해 한국 최초 여성 청와대 인사수석, 외교부장관, 국가보훈처장, 국토부장관, 교육부차관 임명이 있었다. 정부 수립 이후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그동안 그 자리에 여성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추모전을 선보였어요. 그걸 보니 당시 각 분야 최초의 여성들은 누구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찾아보니 그분들의 업적이 엄청 대단했어요. 하지만 그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진 건 매우 적었죠. 이 분들의 삶과 업적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태경 작가의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의 임파워먼트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는 출판사 측은 “최초의 여성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유리천장이 깨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초의 여성들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여성들이 나와 균열을 내다보면 언젠가는 깨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여성 개인의 능력과 자질에만 기대서는 안 되고, 우리 사회가 차별적 구조를 개선해나가면서 여성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최초의 여성들의 업적을 돌아보고, 그들이 겪었던 차별과 혐오를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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