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지 두 달 가량 지나 발견

사망한 남편이 남긴 빚에 생활고까지

4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

여전한 ‘복지 사각지대’ 드러나

 

서울 송파구 한 주택 지하 1층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숨진 세 모녀의 집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밀린 공과금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죄송했습니다’ 라는 메모가 있었다. ⓒ송파경찰서
서울 송파구 한 주택 지하 1층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숨진 세 모녀의 집에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밀린 공과금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죄송했습니다’ 라는 메모가 있었다. ⓒ송파경찰서

충북 증평에서 40대 여성이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숨진 지 두 달 가량 된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 20분쯤 충북 증평군 모 아파트에서 A(41)씨의 집 안방에서 A씨와 딸(4)이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소 직원은 A씨의 관리비 연체 문제 때문에 이 집을 찾아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았고, 장기간 연락도 되지 않는 점을 의심스럽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파트 수도 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돼 있고 시신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모녀가 두 달 전쯤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생활고와 빚 독촉에 시달려 왔다. A씨의 아파트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 수도비, 전기요금 등 각종 대금 독촉고지서가 많았다고 전해졌다. A씨 유서엔 “혼자 살기 너무 힘들어 딸과 함께 간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이들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이번 사건은 4년 전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해 여전한 ‘복지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A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소득이 없었지만 정부가 지정하는 수급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거주하던 임대아파트의 보증금이 재산으로 잡혀있어 저소득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세 모녀 사건 이후 제도를 강화했지만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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