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 개헌안에 대한 범여성계 입장발표 기자회견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을 촉구한다”를 열었다.(참고사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단체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 개헌안에 대한 범여성계 입장발표 기자회견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을 촉구한다”를 열었다.(참고사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대표성 확보, 재생산권,

여성 노동 등 문제 상당수

청와대, 여성계 반발에 급히

해명 나섰지만 또 뭇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여성계는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여성을 배제하고 있으며 성평등에 대한 인식부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이에 23일 청와대가 별도로 ‘헌법개정안 여성의 권리에 관한 조항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지만 성차별 문제에 대한 얕은 이해력을 드러내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단체연합 “성평등사회 실현 정신 보이지 않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7일 대통령 개헌안에 성평등사회 실현에 대한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성평등사회 실현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몇 가지 특화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헌법에서부터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를 변혁하고, 동등한 의사결정 및 자원 접근 등을 보장하고, 여성의 역량강화를 고취하기 위한 의지를 명확히 밝히며, 이를 위한 확고한 성주류화 조치를 할 때에만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지점은 다른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여성 대표성 확보 문제 외에도 포괄적인 재생산권 조항이 신설되지 않은 점, 여성의 노동에 대한 보호주의적 시각, 혼인과 가족생활 규정, 제한적으로 열거된 차별사유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는 자유권, 평등권 및 사회권 등 3가지 권리 모두를 포괄하는 권리”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현행 제36조 제2항 모성보호 조항은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를 포괄하기에 협소하고 여성을 가정 내의 모성에 국한시키는 차별적인 조문이므로 삭제하고 가족생활 조항과 분리하여 별도의 포괄적인 재생산권 조항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은 대통령 개헌안에서 포괄적 재생산권 조항의 신설 대신, 제35조 제3항을 신설해 일부 포함됐다. 또 일부는 노동영역에서의 임신, 출산 양육으로 인한 차별금지가 제33조 제5항에서 명기됐다. 해당 조항에는 ‘모든 국민은 고용·임금 및 그 밖의 노동조건에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부당하게 차별을 받지 않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여성의 노동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연합은 “여성의 노동을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여성을 그 자체로 약자로 타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개헌안 제39조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 관련 규정을 그대로 존치했다는 점, 제11조 제1항 차별사유에서 ‘성별·종교·장애·연령·인종·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만을 열거함으로써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누락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회피하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설득의무를 방기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헌법개정여성연대 “적극적 조치와 남녀동수는 개념 달라”

26일 헌법개정여성연대(이하 개헌여성연대)는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23일 내놓은 해명을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선출직이나 임명직 등 공직진출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헌법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헌법은 가급적 간결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며, “차별상태의 시정을 위한 실질적 평등을 넣는 것으로도 공직 진출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구태여 따로 열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개헌여성연대는 △포괄성이란 그 범위가 매우 애매하다는데서 실질이 없는 폐단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는 점 △차별상태가 시정된다는 것과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에 대한 요구는 상호 수렴될 수 있는 명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근거조항은 차등대우를 위한 헌법적 근거조항일 뿐,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성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이자 비례성의 원칙인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는 주권을 가진 동등한 시민으로서 동등한 대표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남녀동수는 여성시민이 누려야할 권리”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도 “‘적극적 조치’는 동수(parity·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포괄할 수 없으며 포괄해서도 안 된다. 적극적 조치와 동수는 위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적극적 조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특정 성에게 유리한 임시적인 정책의 추진을 의미하며 동수는 대의민주주의사회에서 정치공동체의 한 주체로서 여성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차등대우와 동등대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조치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차별받는 대상을 더 우대하고 더 배려하는 즉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조치”이고, “반면 동등대우는 차이가 차별로 전환되지 않도록 민주사회의 구성원인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여 동등하게 대우받도록 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동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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