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에 

임산부들 건강 걱정

“태아보험에 폐암 특약 넣기도” 

전문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습관화해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3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임신 초기에 미세먼지가 태아한테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주변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기간을 피해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혹은 3월에 출산하면 4, 5월에는 몸조리를 위해 대개 실내에만 있으니까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임신 계획을 세우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죠.”

임신한 지 9개월째라는 김모(34)씨의 말이다. 날이 풀리면서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에 많은 이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특히 임산부, 영유아,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 미세먼지 취약계층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가진 임신부들은 혹여나 태아에 영향이라도 미칠까 노심초사다. 미세먼지를 고려해 임신을 계획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둘째를 임신한 지 5개월이 된 김윤미(37)씨는 “미세먼지가 심해 요즘에는 아예 외출을 안 한다. 어쩌다 한 번 나갈 때는 마트나 백화점 등 실내로만 다닌다”며 “놀이터는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하원 후 집에 갈 때도 아이를 안고 뛰게 되더라. 엄마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 매일 올라오는 글이 ‘아이들 등원시킬 건가요?’ ‘아이 밖에 데리고 나가도 될까요’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각한데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다. 맘껏 뛰놀지도 못하는 나라에 태어나게 한다는 생각 때문에 배 속의 아이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엄마들 말로는 태아보험에서 폐암은 특약으로 꼭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 앞으로 계속 공기 질이 나빠지면 폐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인 최경원(32)씨도 “태아보험으로 호흡기 질환 쪽 특약을 넣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씨는 “이번에 저와 첫째 아이가 비염을 심하게 앓고 있다”며 “작년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콧물이 엄청 난다. 약도 못 먹고 있어 고생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미세먼지가 뱃속의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일까? 관련 연구를 해온 하은희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는 “임신부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저체중아를 출산하거나 조산하는 경우가 2~3% 정도 증가한다”며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미세먼지가 태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미세먼지가 선천성 기형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힌 연구도 있다며 “대기오염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은희 교수 연구팀이 2006~2010년 1751명의 산모에서 출생한 영유아 723명을 추적 관찰해 진행한 ‘산모·영유아의 환경유해인자노출 및 건강영향연구’(2015)에 따르면, 미세먼지 노출은 태아 성장 지연과 임신 주수 감소 등 출생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출생 후 성장 과정에서도 성장 발달과 신경 인지 발달 저하 등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양산부산대병원 산업의학 전문의와 대기과학·지리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이 1년간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는 미세먼지 농도가 저체중아 출산과 사산, 기형아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소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 중금속, 내분비 장애 물질, 발암 물질 등 각종 오염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하 교수는 “미세먼지에 든 오염물질이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며 임신부의 주의를 당부했다. 노인이나 영유아, 호흡기 질환자 등도 미세먼지에 취약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 교수는 “노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니 건강한 성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영유아는 체표면적이 더 넓어 작은 물질에 노출돼도 흡수량이 높은 반면, 폐가 미성숙한 상태라 면역이나 해독 작용 능력이 떨어지므로 미세먼지에 매우 취약하다.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자에게 미세먼지는 병을 악화시키는 직격탄”이라며 주의를 요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가 가라앉아 있는 밤이나 새벽에 운동하는 건 금물이다. 또 작은 도로보다는 큰길가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작은 길로 돌아가기를 권한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되도록 창문을 열지 않아야 하고, 환기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짧게 열고 빨리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내 안에서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청소기를 사용하기보다는 물걸레질을 하는 게 좋다. 공기청정기를 적절한 평수에서 문을 닫아놓고 사용하면 미세먼지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를 잡아먹는 공기정화 식물을 집 안에 두는 것도 좋다”며 “무엇보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습관화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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