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영철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양영철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 위원장

“지역 치안의 문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합”

“국가경찰은 여성 비율 제한...자치경찰은 그럴 필요 없어”

“피해자 사후관리에 경찰력과 지자체의 협업 중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위한 제도 개편 등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1997년 당선된 김대중 정부부터 역대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다 중단한 자치경찰제를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 전략의 핵심 과제로 포함해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정부는 자치경찰을 분권과제로만 봤던 이전 정부와 달리, 검·경 개혁수단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도 도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자치경찰제도란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과 달리 지방자치단체별로 시·도지사의 관할 아래 자체 경찰력을 두고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방분권 특별법 제12조에는 ‘국가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추상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자치경찰제도 설계에 참여해온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여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문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현재 논의의 핵심 과제”이라고 말한다. “기존 경찰의 치안과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사후관리 시스템과 연결돼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같은 폭력 문제를 효과적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89%가 여성이라는 점, 경찰 내 여성의 비율이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은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여성 경찰 비율이 28.6%, 독일 23.7% 대만은 52.4%에 육박한다. 최근 캐나다 쥐스탱 트리도 총리는 연방경찰청장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지명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2006년 제주자치경찰제도 추진을 주도했으며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치경찰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경찰서비스는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획일적이기 보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으로 다양성이 필요하다. 업무 영역에서 범죄 예방뿐 아니라 질서 유지 역할도 크다. 교통, 공원·해수욕장관리 등과 불법상거래단속, 환경과 보건 등 지자체에 중요한 업무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처럼 공무원이 단속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지자체와 경찰력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분리가 돼있다. 또 교통이라든지 방범, 생활안전 등은 지자체와 관련된 것이 많다.

외국은 어떤가?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나라치고 자치경찰을 실시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찰이 지역 치안을 독점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에서는 지방자치가 제외돼있다. 이를 시정해야 한다. 국가경찰은 국가경찰답게, 자치경찰은 지역 치안에 대해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학교폭력 등 민생 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어야 진정한 경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논의되는 자치경찰의 권한은?

제주 자치경찰은 현재 권한이 60개가 있는데, 이제 184개로 늘어난다. 인원도 훨씬 늘어난다. 역할에서 큰 차이는 행정경찰로, 사회질서 유지라는 예방경찰에 중점을 둔 반면 이제는 사법경찰의 역할도 포함한다. 형법을 가지고 범죄를 수사하고 체포하는 역할까지다. 쉽게 말해 누군가 담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건 행정경찰이고, 담을 넘어 폭력행사를 한 후에 처리하는 사법경찰의 몫이다.

 

양영철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영철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자체-경찰이 연계되면 치안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지금 국가경찰에서는 지차체장이 주민의 치안에 손놓을 수밖에 없어 문제다. 서울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알아서 하고 있어 연계가 잘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범죄를 다룬다는 관점에서 피해자의 사후관리에 필요한 지원 시설 등 제도가 지자체에 많은데 국가경찰과 연계에 한계가 있다.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 지역에서 생긴 문제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말그대로 자치경찰은 민생업무를 훨씬 더 잘 처리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피해자를 만나 수사를 할뿐만 아니라 도움도 주고, 행정조직과 연결시킬 수 있고, 쉼터 등으로 유기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지차체가 가진 사회복지적 차원, 사후관리 시스템 등 행정과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 사후 관리가 잘 되려면 현장조직과 가장 가까운데서 필요하다. 행정적 기능과 치안이 플러스된 것이 자치경찰의 의미다.

역대 정부에서 자치경찰 도입이 무산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참여정부 때 2005년 11월 자치경찰법을 최초로 만들어 발의했지만 17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국회의원들은 경찰권이 자치단체장에게 갔을 때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한다. 이번에는 검·경개혁 3가지 방안 중 하나로 우리사법체계를 제대로 만든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현행 국가경찰은 여성의 비율을 제한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강력범도 있고 사이버수사 등 국가에서 통상적으로 남성의 역할이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현재로서는 여성을 늘리는 게 어렵다. 정부는 현재 10.8%인 일반경찰 내 여성비율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2022년까지 15%를 달성하는 게 목표치다. 자치경찰제도가 도입되면 달라질 거다. 도입 논의에서 여성·가족·학교폭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성 경찰 비율을 감안해야 한다. 학교전담경찰관만 해도 여학교엔 여성이 배치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여성 대상 범죄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여성범죄의 특성도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자치경찰과 지자체가 협업하면 그런 범죄 예방이 강화되고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 학교폭력도 접근방식이 달라진다. 국가경찰은 수사·체포 중심의 사법경찰이지만, 자치경찰은 예방경찰로 예방과 교육도 강화될 수 있다. 서비스 중심이고 지역을 잘 알기에 맞춤형 정책도 가능해진다. 또 지역 치안의 문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합하다. 자치경찰은 생활 관련 치안사무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여성의 경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여성의 영역이 많기 때문에 경찰 내 여성의 비율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다. 자치경찰제도 도입과 함께 여성할당제를 강력하게 요구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자치경찰이 여성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 여성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경찰이 남성에게 더 어울리는 일이라는 편견은 남성들 뿐 아니라 여성들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여성들도 성역할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주민 자치와 자치경찰의 주역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직 좀 낯설겠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도 자꾸 토론하고 실천해서 자치경찰을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 여성의 참여가 많아야 자치경찰제도 성공한다.

 

양영철 교수는

△제주대학교, 서울대행정대학원, 건국대 박사 △1987년~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03년 대통령 소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2004년 서울행정학회 회장 △2013년 한국지방자치학회장 △김만덕 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2017.06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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