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양육비 대지급제도’ 이번엔 도입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양육비 대지급제도’ 이번엔 도입될까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3.25 17:21
  • 수정 2018-03-2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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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양육비 선지급하고

비양육부모에게 받아내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 도입

요구 청원에 21만명 서명

양육비이행관리원 생겼지만

돈 받아낼 법적 강제력 없어

신청자의 32%만 양육비 받아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부모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내도록 강제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거세다. ⓒ박규영 디자이너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부모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내도록 강제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거세다. ⓒ박규영 디자이너

자녀 양육을 외면하고 친모에게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친부가 양육비를 부담하도록 정부가 강제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원천징수 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이 제도가 이번엔 도입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2월 23일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이 마감일인 25일 오후 4시 21만6328명이 참여했다. 청원 추천 인원이 30일 동안 20만명을 넘으면서 이번 청원은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청원을 제기한 시민은 “미혼부가 지급하는 양육비 부족과 양육에 대한 무관심은 미혼모를 경제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경제적 문제로 미혼모 중 일부는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선택한다. 언제까지 무책임한 아이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만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빈곤 안에서 고통스러워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015년 3월부터 2017년 6월 말까지 집계한 양육비 이행 현황을 보면 전체 1253건 중 여성이 1063건으로 84.8%에 달한다. 홀로 양육 책임을 도맡으면서 가장 역할까지 해야 하는 미혼모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녀의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전체 양육 미혼모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0년 양육 미혼모 727명에 대한 설문조사 및 8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토대로 작성한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4.7%에 불과했다. 미혼모 46%가 부채를 안고 있고, 월평균 총 소득은 78만5000원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의 26%만이 미혼부에게 양육비 지급을 요구한 적이 있었고, 청구 소송 의향이 있다고 한 사람도 32.6% 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문을 열었다.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상담부터 재판, 추심까지 도와주는 기구다. 25일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2015년 3월 25일부터 2018년 2월 말까지 전체 상담 건수는 9만9565건으로 이 중 양육비 이행을 신청한 건수는 1만3565건이다. 이 가운데 양육비가 실제 이행된 건수는 2679건(275억원)이다. 비양육부모들에게 돈을 받아낼 법적 강제력이 없다 보니 기구에 도움을 요청해도 양육비를 실제로 받는 경우는 전체 신청 건수 대비 32%에 그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에 21만여명이 서명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에 21만여명이 서명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원을 제기한 시민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 아버지도 양육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덴마크의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국내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시민은 청원글을 통해 “덴마크는 미혼모에게 아이 아빠가 매달 약 60만원 정도를 보내야 하고, 그 돈을 보내지 않으면 시가 미혼모에게 그에 상당하는 돈을 보낸 뒤 아이 아빠의 소득에서 원천징수한다”며 ”아이 아빠가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발뺌하더라도 DNA 검사를 통해 아이 생부의 여부를 밝힌다. 덴마크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미혼부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3년 발간한 ‘외국의 양육비 이행지원기관 법제와 운영사례 분석 및 제정법률안 지원’ 연구보고서를 보면, 비양육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선지급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노르웨이(1957), 핀란드(1963), 스웨덴(1964), 덴마크(1969), 이스라엘(1972), 폴란드(1974), 오스트리아(1976), 독일(1979) 등이 있다. 호주,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은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전담기관이 양육비를 징수해 양육 부모에 이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여권발급 불허(여행금지), 운전면허 취소, 관허사업 면허 제한 등 강력한 행정적 강제수단을 시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이 있는 한부모가정만을 대상으로 양육비를 선지급하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증명해야 하고, 이행된 경우도 3년간 총 168건, 지급 금액도 2억890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7대 국회(2004~2008년) 때부터 양육비를 국가가 우선 지급한 뒤 양육비 지급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상환 받는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을 위한 법제정이 논의돼 왔다. 하지만 재정 부담을 이유로 번번히 입법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2월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부터 한시적 양육비 지원기간이 최대 9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되고, 한시적 양육비지원이 이뤄진 경우 비양육부·모 동의 없이 소득·재산 조사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양육비 이행 신청의 경우 비양육자의 ‘동의’ 없이는 소득·재산 조사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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