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30대 남성 처제 성폭행한 사건

광주고법, ‘무죄’ 원심 뒤집고 7년형 선고

공대위 “이주여성 친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종 울린 판결” 환영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 정의의 여신상.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 정의의 여신상.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언니 결혼식에 참석차 필리핀에서 온 처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7년형이 선고됐다.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항소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번 판결이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강간등 치상)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전모(39)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14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과 강간치상의 성립 요건 등에 대해 적시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발생했다. 한국 남성 전씨는 필리핀 여성 A씨와 결혼식을 앞두고 2016년 11월 혼인신고를 한다. A씨의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동생 B씨는 2월 18일에 있을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필리핀에서 제주도로 입국해 이들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결혼을 나흘 앞둔 2월 14일 전씨는 아내와 아내의 지인을 호텔에 보낸 뒤 홀로 밤에 집으로 돌아온다. 15일 새벽 전씨는 자고 있던 A씨의 동생 B씨를 강제로 성폭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재갈창)는 제출 증거 미흡과 사건 당시 피해자의 행동 등을 근거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161.8cm에 67kg의 남성이 위협이나 폭행 없이 A여성의 팔을 잡고 몸을 누르는 방법만으로 추행을 저지르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이 든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B씨가 거부하지 않아 동의한 줄 알았다’는 전씨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범행 당시 피해자는 조카와 언니를 위해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릴적 성추행 피해경험이 있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해여성은 성적 모멸감과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과 불면증까지 겪고 있다"며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건을 지원해온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한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의 판결을 환영 한다”며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번 판결은)친족 성폭력의 특수성, 이주 여성이라는 위치, 형부와 처제 특히 언니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의 맥락 등이 반영된 것”이라며 “미투(Metoo) 운동이 일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했다.

이어 “성폭력의 고통과 더불어 입증 책임의 무게를 외국 법원에서 감당해야 했던 피해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2심 판결은 힘든 과정임에도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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