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개방 못 따라가는 낡은 성교육

중국이 개방화정책을 실시한 뒤로 경제발전의 속도가 무척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의 뒷면에는 개방의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의 성문화가 개방의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기숙사 내에서의 불법동거가 빈번해져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조기연애로 인한 학업중단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초등학생이 아기를 낳는 사태까지 빚어져 ‘성교육’과 관련한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조기연애 학업중단, 동거로 이어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청소년들의 조기연애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단순한 이성교제가 아닌 성관계로 이어지고 있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얼마 전 베이징시 모 법원에 17세의 남자아이를 둔 모친이 아들의 여자친구 부모를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급격히 행동이 변해 급기야 학업을 중단하고 동거에 들어갔다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위 사건을 자식에 대한 과보호와 성교육의 부재가 낳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인 가정은 1979년 가족계획정책에 따라 대개 한 자녀만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운다.

이 아이는 친가의 조부모, 외가의 조부모, 그리고 부모의 총애를 받고 자란다. 그래서 일명 ‘소황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심지어 등하교 때까지도 부모들이 따라 다니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채 살아간다. ‘깨끗한 세계’만을 보여주겠다는 부모의 생각은 아이가 유혹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이성에 대한 관심은 곧바로 연애로 이어지고 절제나 인내에 익숙하지 못한 이 ‘소황제’들은 학업을 포기한 채 ‘동거’에 들어가는 예가 적지 않다.

‘감정’이 우선, ‘책임’은 몰라

중국에서는 실제 ‘개방바람’ 속에 문란에 가까울 만큼 성적인 표현이 자유롭다. 그런데 사회 어디에서도 건전한 성문화의 기반이 마련되지 못해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베이징의 모 산부인과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4년동안 병원을 찾아 인공유산 및 약물유산을 한 미혼 청소년들이 전체 유산율의 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13세∼18세의 소녀가 6분의 1에 달했다. 특히 여름방학이 지난 뒤 병원을 찾는 여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베이징시 팡산(房山)법원에 따르면 불법동거와 관련된 소송에서도 저연령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15세의 소녀가 학업을 중단하고 동거를 하고 있고 20세의 여성이 이미 세 살된 아이를 안고 법원을 찾아와 동거관계를 청산하겠다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푸터(福特)재단에서 베이징, 텐진, 광저우 등 12개 대도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1세의 젊은이 가운데 79%가 결혼전 성관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추어볼 때 농촌 지역에선 응당 8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같이 결혼전 성관계를 경험한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낙태, 미혼모 증가 등의 일련의 문제들이 동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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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저우 한 일간지에 14세의 중학생(남)과 12세의 초등학생(여) 사이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나 온 사회를 놀라게 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이 아이들의 성에 대한 무지보다는 어린아이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데 더욱 놀랐다.

션쩐(深川)위생의료정보연구소 리정펀(李靜芬)교수는 “과거보다 아이들이 섭취하는 식품과 음료에 영양상태가 좋아짐에 따라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성적인 면에서도 일찍 성숙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어디에서도 ‘올바른 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조기연애로 인한 성문제를 일으킨 청소년들은 대부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에 대해 늦게 알수록 좋다고 여기고 있어 가정에서도 한번도 성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실제적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 가르쳐요”

가족계획위원회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대부분이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오직 5%만이 중학교 과정에서 ‘생리위생과목’을 통해 기본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청소년들이 성지식을 접촉하게 되는 통로는 상업용 비디오, 인터넷, 도색잡지를 통해서다. 현재 중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코우다이수(口帶書)가 대 유행이다. 코우다이수는 손바닥 크기 만한 성관련 만화책이다.

이렇게 접촉한 성에 대한 이미지는 청소년들에게 유혹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 ‘성교육’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식은 조성되었지만 실제 처방전이 없다.

한 교사는 “성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교재가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교육시기나 수준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아직 사회의 보편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한다.

“우리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선생님은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는 선생님이 알고 있지 않은 다른 내용을 알고 싶어요.”

한 중학생의 말을 통해 현재 중학교부터 실시하고 있는 성교육이 얼마나 낡은 교육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교사들도 어떻게 임신이 가능하고 성생활을 어떻게 해야 질병을 막을 수 있는가 등의 실제적인 교육은 숨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한 면역접종과 마찬가지”라며 “실제 성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실시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황훈영 베이징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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