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난타/위기의 먹거리문화

탤런트 최진실이 한 광고에서 ‘맛을 내는 비결이 화학조미료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또 다른 화학조미료 역시 천연의 맛이나 고향의 맛으로 광고되고 있다. 이러한 광고의 문제는 모든 인공조미료의 위해성을 간과하게 하고 심지어는 맛에 대한 환상까지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6일 주부환경지킴이는 최진실의 이 광고를 희화화한 퍼포먼스 ‘진실이는 진심인가’를 통해 인공감미료의 위해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수많은 연구에서 화학조미료는 암을 일으키는 잠재성을 가진 물질이며 천식, 구토와 두통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와있는 가운데 WHO(세계보건기구)나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도 12주 미만의 영유아에게는 사용하지 말 것과 몸무게 1kg당 120mg을 초과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태.

화학조미료는 우리가 사먹는 김치, 간장, 고추장과 햄, 어묵, 과자, 콜라 등에까지 들어있고 우리나라의 MSG생산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른 먹거리를 통해 삶의 변화를 실천하는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아줌마들이 ‘위기의 먹거리 문화’를 난타의 도마 위에 올렸다.

참여한 아줌마

구교선(40) 마포두레생협 상임이사,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아들

조순홍(37) 5살 아들 가진 전업주부

김은희(35)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 회원,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저자, 7살 아들과 5살 딸

박지현(35) 언어치료사, 6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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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두레생협 회원 아줌마들. 오른쪽부터 박지현, 김은희, 조순홍,구교선.모두 바른 먹거리를 실천하는 아줌마들이다. <사진·민원기 기자>

김은희 : 화학조미료가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호주에서 화학조미료가 많은 음식을 먹고 죽은 아이도 있다. 알러지성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엔 치명적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알러지를 유발한다. 보통 음식은 3대를 거쳐야 그 음식에 대한 독성을 걸러낼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30대가 화학조미료 1세대라면 손자대에 가서야 독성을 걸러낼 능력이 생긴다.

구교선 : 화학조미료가 얼마나 나쁜지 소비자 운동같은 걸 통해 알려야 한다.

김은희 : 그게 나쁜 걸 모를 땐 다시다를 한 스푼 씩 넣어야 맛이 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맛이 혀에 배였기 때문이었다.

조순홍 : 맛에 중독되는 게 무섭다.

김은희 :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화학조미료와 단 음식을 많이 먹은 아이는 맛에 둔감해져 부패한 음식을 가려낼 줄 모른다고 한다. 자기 몸을 지켜낼 능력을 잃는거다. 각종 디지몬 캐릭터가 그려진 빵이나 과자들이 어린이들을 꼬득이고 있다.

구교선 : 그런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것만 찾는다. 생협에 있는 음식을 갖다주면 그게 몸에 좋기는 하지만 맛은 없는 것 그리고 인스턴트 식품은 몸에는 별로 안좋아도 맛은 있는 거라고 생가하고 있다.

박지현 : 사람들이 바빠지면서 인스턴트 식품을 먹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구교선 : 근본적으로 글루타민산나트륨이 들어있는 음식을 표기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나 햄버거 등에 다 들어가 있다. 3세 이하의 아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조순홍 : 그걸 크게 쓴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알까.

박지현 : 그게 왜 나쁜지 운동으로 알려나가고 법으로 규제할 방법을 모색해 보자.

김은희 : 식당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곳에서 화학조미료 쓴 맛이 난다. 정말 맛이 없는 음식이다. 그러나 그 맛에 길들여진 남편은 맛있다고 먹는다.

조순홍 : 그런데 시중에 나와있는 화학조미료 무첨가 식품도 믿기 어렵다. 그걸 정확히 검증해주는 곳 있나.

구교선 : 그런 건 소비자 보호원에서 해야하는 것 아닌가. 요즘은 유전자 조작콩이나 각종 식품 첨가물도 문제다.

조순홍 : 결국 환경문제같다.

박지현 : 얼마 전 세제를 안쓰고 물로 빠는 세탁기 나왔더라. 그게 사실이라면 사고 싶다. 그런데 아마 세제회사의 반대가 클 것 같다.

구교선 :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광고의 힘은 큰 것 같다.

박지현 : 그러니 광고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사회적인 의식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조미료 광고가 최진실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공중파 방송에서도 연예인들 뒤만 쫓아다니지만 말고 먹거리 문화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안정성 입증안된 화학조미료 넣지

않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했으면

구교선 : 소위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식품 회사들은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적발

되도 대충 벌금으로 떼운다.

김은희 : 판두부에도 유전자 조작콩에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파는 사람도 안먹는다고 한다.

박지현 : 사회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집에서만 음식을 만들어 먹기는 쉽지 않다.

김은희 : 화학 조미료 사용하지 않는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교선 : 무조건 넣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넣지 말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또 무엇보다도 시급한 게 학교 급식이다. 제일 나쁜 재료에다 각종 화학조미료에 방부제, 색소까지 들어간다. 이 부분은 힘을 모아 개선해야 한다. 이건 미래가 달린 일이다.

조순홍 : 이래서야 어디 집 밖에서 밥을 먹일 수가 있겠는가.

박지현 : 그렇다고 집에서만 음식을 해먹을 수는 없다. 실제로 음식을 위한 노동이 거의 주부의 몫으로 떨어지는데…. 그러면 주부는 가사로부터 놓여날 수가 없다.

조순홍 : 인스턴트 식품이 생활에 여유를 가져다준다고 광고한다. 아줌마가 하루종일 먹는 거에만 신경쓸 수는 없다.

김은희 : 난 그것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박하게 먹으면 된다. 밥과 국에 각종 반찬을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사실 그거 낭비다. 그동안의 음식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밥상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런 생각을 버리자.

가장 시급한 건 학교 급식

나쁜 재료에 화학조미료, 방부제까지

이건 미래가 달린 일, 힘모아 개선해야

조순홍 : 우리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집에 있는 남편이 그렇지 않다. 아줌마 뿐만 아니라 모두가 변해야 한다.

구교선 : 자본주의는 철저히 과잉소비하게 만든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져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 사고와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박지현 : 여성들이 가사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기 위해서는 조리시간이 간단한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 나 스스로 반찬 가지 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일하고 오는 남편을 위해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은희 : 결국 먹거리 운동은 잘못된 삶의 패턴을 바꾸는 운동이다.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먹거리를 바꾸면서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정리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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