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높은 기운으로 터를 가득 채우자.”

이른바 우리 식의 ‘기고만(滿)장(場)’이 부산대 곳곳에서 선보였다. ‘기고만장’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총여학생회 주최로 열린 ‘여성문화의 장’의 또 다른 이름. 총여학생회 회장 이석윤미(철학4)씨는 “여학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숱한 남성문화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바꾸고 사라져 가는 공동체 문화도 같이 일궈나갔으면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 행사에서는 여성들의 드높은 ‘기운’들을 담고도 남을 많은 ‘장’들이 마련됐다. ‘여성 인권의 장’에서는 부산여성의전화 박혜영 공동대표가 강연을 했고, ‘표현하는 여성의 장’에서는 미술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출품한 여성작품전이 열렸다. 출품작들은 여성의 몸을 소재로 한 것들이 주를 이루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종이대신 거울에 그리거나 석고상으로 본뜨는 등 다양한 방식을 빌린 것이 눈에 띈다. 또 ‘학술의 장’에서는 동아리 ‘여울슬’이 마련한 ‘피임과 낙태’‘성매매’를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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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간 오매불망 기다렸던 빼어난 여성영화들을 볼 수 있는 ‘여성영화의 장’도 펼쳐져 장희선 감독의 <고추 말리기>를 비롯해 <1997 여름> <비온 뒤> <아…> 등이 상영됐다.

무엇보다 기고만장 최고의 장은 바로 ‘여우야 놀자 장’. 이것은 단지 보고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놀이 즐기기, 부대낄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이날 치러진 놀이는 이미 설문 조사를 통해 여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놀이인 널뛰기, 투호, 공기놀이 등이 펼쳐졌다. 추인지(고고학2)씨는 “종종 열리는 이런 행사를 통해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 좋다. 평소에 즐기지 못하는 놀이를 해 재미도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사이버 상에서도 여성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학내 여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개인 홈페이지 경연대회인 ‘사이버 문화의 장’이 열렸다. 출품된 4개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 결과는 인터넷에서 진행 중인 학우들의 투표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성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내에서 제대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여성 문화제가 가지는 어려움은 뒤따른다. 총여학생회장은 “이미 설문조사나 자보 등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전반적인 의식들을 많이 담지 못해 좀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이 한계”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일회적인 무대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오며가며 볼 수 있도록 학내 곳곳에 ‘장’을 마련했다는 점, 홈페이지 경연대회 등을 비롯한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섰다는 점 등의 성과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학우들 사이에 좀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대학 내에서 여성 문화제가 ‘축제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김장효숙/부산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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