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화’에 대한 어느 워크숍에서 여성노동 관련 영상물이 상영된 적이 있다. ‘메이드 인 태국’이라는 제목으로, 초국적 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착취 받던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며 힘겹게 싸우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영화를 보던 참가자 한 명은 한국의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너무나 뻔한 얘기”라며 도중에 나왔다. 그렇다. ‘한국의 70년대’이다. 그런데 ‘전세계의 지금’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위기에 처한 자본은 여성의 노동을 보다 신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윤 축적을 극대화하고자 해왔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또한 이러한 자본의 역사적 발전의 한 단계일 뿐이다. 그러나 양적이든 질적인 측면에서 보든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여성 노동에 대한 착취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는 말의 실제 내용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여성 비율이 50%(필리핀은 심지어 70%)를 육박하고 있으나 이 중 절대 다수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 미조직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전세계 추정치에 의하면 여성노동자의 94%가 이러한 불안전 고용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3세계 국가들은 외자 유치를 명목으로 모든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대규모 공단을 초국적 기업에게 제공해주고 여기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권탄압과 노동착취를 눈감아준다.

전세계적으로 850개의 수출자유지대(EZP)가 존재한다. 사실상 ‘초착취 지대’인 이곳 전체 노동자의 90%가 여성이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끊임없는 산재, 성폭력과 강제 임신 테스트 등 결코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는 물론, 폭행과 위협, 심지어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70년대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이 그랬듯이 ‘메이드 인 태국’과 초착취 지대의 여성노동자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필리핀, 태국 출신 여성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최악의 ‘초착취 지대’ 사이판에서는 노동자들이 한국, 일본과 중국 하청업체에 대항해 여러 번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 노동감시 단체, 미국 학생과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연대로 그 중 몇 건은 승소해 보상금을 얻어내기도 했으며 아직 진행중인 사건도 있다.

한 동안 패션계에서 유행했던 도나 카렌도 알고 보니 악명 높은 기업주였다. 도나 카렌 공장에 고용되어 있던 이주 여성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에서 ‘걸코트(Girlcott)’ 캠페인을 벌이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하고 불매운동을 진행해 이제 도나 카렌은 갭, 나이키와 더불어 ‘최악의 초국적 기업’ 리스트에 올라갔다.

때로는 몇 명이서 고군분투하거나 아니면 노조를 결성하여 대대적인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제 노동착취공장에 대항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은 전지구적인 투쟁이 되어가고 있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셰계화를 반대 제 3세계 여성팀 picis@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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