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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일간지에 눈길을 끄는 광고가 하나 실렸다. 이태리 필라

사의 합자회사인 필라 코리아가 낸 “무엇이 진정한 국산입니까?”

라는 제목의 광고였다. 비록 합자회사이지만 한국내 공장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만든 스포츠의류나 신발을 해외에 수출하는 자기네 회사

야 말로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한국기업이라는 주장이었다.

IMF시대에는 외국기업과 외국자본이 물밀 듯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이나 국내은행을 살 수도 있고 경우에 따

라서는 직접 세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여태까지 입으로는 세계화

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국내시장개방에 지극히 소극적이고 거부반

응을 나타내었다. 외국기업과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산업

이 위축되고 국내의 경제적 부(富)가 해외에 유출되는 것으로 판단

하여 개방 그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좋든 싫든 이러한 인식과 관행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달러의 국내 유입을 위해서도 그

렇고 앞으로 예상되는 국내기업의 부도와 그로 인한 대량실업을 해

결하기 위해서도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효율성이 낮은 국내기업을 외국인들이 사들여 정상화시키고 고용기

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외국기업의 진출이 필요하다. 우리 영토안

에서 우리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우리나라 중간재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자본의 출처를 따질 필요없이 우리기업이란 인식

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에서 국민소득주요지표로서 GNP(국민총생산:우리국민에

의해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간 많은 우리기업들은 겉으로는 효율화와 경영의 선진화를 표방했

지만 사실은 무리한 빚에 의한 문어발식 업종확대와 세습에 의한 경

영권 확보에만 신경을 써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자본의 국내진출이

확대되면 이와 같은 우리기업의 폐단을 청산할 수 있는 계기도 제공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체계와 수익성에 토대를 둔 투자관행

등 외국기업의 선진경영기법이 도입되면 국내기업도 경쟁력있는 전

문업종을 중심으로 특화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되는 것은 외국자본의 국내경제잠식이 아니

라 과연 현재 상태에서 외국자본이 국내에 진출할 의사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국제적인 기준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가 그대로 남아있

는데다가 우리경제의 고질병인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만연되어 있고

기업회계의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아 선뜻 한국진출을 시도하는 외국

자본이 많을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별 수익성이 없어 주가가 땅에 떨어진 국내기업을 외국인들이 선호

하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IMF에 타율적인 조정을 맡긴 우리나라로서는 개방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투

자환경을 개선해 주는 방법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보인다. 외국

인들은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것이고 우리

로서는 이번 기회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를 극소화 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개

방화시대에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전환

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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