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사건 직후 군측이 사과하고 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한다.

김씨는 “사건 다음 날 병원에 입원한 나를 방문한 군 관계자가 사과는커녕 오히려 ‘수하에 응하지 않고 문을 박차고 돌진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면서 “바리케이트가 쳐 있고 무장한 군인에게 밤에 그것도 여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으며, 그런들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냐”고 반문한다.

김씨는 또 간단한 여름 옷 차림이었던 자신을 여러 남자들이 몸 여기저기를 잡아 성적 수치심도 느꼈다고 전했다.

김씨의 남편 이씨는 “사건 다음 날 군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최근 타부대에서 민간인이 총기를 탈취한 사건이 있어 경계작전 강화지시가 내려왔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는데, 경계강화 지시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면서 “전화 거는 태도도 고압적이었고 만약 실탄이 있었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는데 전화 한통화로 끝내려는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남편은 또 “사건 다음 날 부대가 서둘러 주민협조문을 보내 수하 요령이며 경계강화지시를 안내하고 부대 출입문에 전조등을 달고 수하전광판을 설치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28일 김씨의 집을 방문한 ×군단 헌병대 파견대장으로부터 조사에 응할 것을 통보받았을 때만 해도 김씨는 자신이 ‘초병폭행’ 혐의로 고소된 상태임을 몰랐다. 부대에 가서 사건 당일 일어났던 일을 진술하던 김씨는 자신이 피의자 신분임을 알게 됐고, 진술조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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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가 사는 마을은 외부로 나가려면 반드시 부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김씨 부부는 9월 4일 부대측이 ‘부대 출입간 불미스러운 사고와 관련하여 당부대의 발전과 지역 주민을 포함한 출입자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일인데 (김씨 부부가) 인터넷에 띄웠기 때문에 우리 선에서 마무리지으려해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6일 김씨는 ×군단 검찰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내 얘기는 처음부터 거짓말이라 단정짓

고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며 “병무참모가 피해자 군인들이 거짓말 할 이유가 없으며, 초병폭행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겁을 주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남편은 “군에서 대민사안이 발생하면 진상조사가 원칙인데도 양쪽 얘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주민을 고소하고 피의자로서 조사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대측은 김씨 부부가 “문제를 일으켜 외곽도로를 뚫도록 압력을 넣어 땅값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대민사안은 진상조사가 원칙인데

양쪽 얘기 듣기전에 주민 고소하고

피의자로서 조사하는건 말도 안돼

그러나 한 마을 주민은 “한탄강 댐 건설계획에 따라 내년에 마을이 수몰될 예정인데, 이제 와서 도로를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군대가 자신들의 실수를 가리기 위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으면 아무 문제도 안 생기는데 잘못한 사람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사는 경기도 포천군 00면 00마을은 지리적 특성상 부대를 통과해야만 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에서 부대를 통과하지 않고 외부로 나가려면 한탄강을 건너거나 가파른 산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이 마을의 나머지 한 면에는 군대가 위치하고 있다. 현재 김씨네를 비롯해 14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들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대측도 이러한 마을의 특성을 감안해 마을 주민이 부대를 통과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동안 부대를 통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한다. 7월초에도 장을 보고 돌아오는 주민 여성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마찰이 일기도 했다.

주민 박아무개씨에 의하면 “장을 보고 밤 9시경에 거주민이 아닌 아는 사람 차를 타고 들어오는데 부대에서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신고가 안된 차량이라서 허가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도 늦고 해서 걸어가겠다고 했더니, 경내에선 차량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며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부대 차로 데려다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안된다고 했다. 결국 기다렸다가 다른 주민의 차를 얻어 타야만 하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고 시간은 자꾸 지나고 답답한 김에 걸어가려 했는데, 군인들이 팔을 잡고 비틀고 해서 온팔에 멍이 들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또 “군인들이 처음에는 ‘근무자 폭행죄로 집어넣겠다’고 오히려 협박하다가 나중에 ‘없었던 일로 하자’고 회유했다”면서 “괜히 군대 비위를 건드려봤자 나만 손해라 그만두었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나마 요즘은 좀 나아졌다”면서 “예전에는 부대 내를 통과하려면 차에 커튼을 치거나 경운기를

몰고 갈 때는 우산이라도 쓰고 다녀야 했다”고 전한다.

마을 주민 이씨는 “부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있었던 마을인데 주민들이 이용할 도로를 마련해주지도 않으면서 출입을 까다롭게 통제하는 군의 태도를 보면 누구를 위한 군대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00마을 주민들은 김씨 구명을 위한 서명을 받으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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