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어릴 때부터 다들 한 번씩은 쳐보잖아요. 커서 정식으로 접하게 되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죠.”

배드민턴은 엘리트체육으로는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누구나 쉽게 레크리에이션으로 접할 수 있는 종목인 데다가 라켓이 가볍고 가격도 저렴해 전국적으로 동호인이 1백만 명에 달하는 등 생활체육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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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공 주고받는 건 운동이라고 하기 어렵고 체계적으로 배워야 합니다.”(조광옥 송파YMCA 간사) 한국에 생활체육을 들여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 온 YMCA는 매년 클럽대항 뿐 아니라 전국대회를 개최할 만큼 지역별로 많은 배드민턴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배드민턴 클럽 회원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얘기는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것. “세계적으로 미식축구와 배드민턴(단식)이 가장 힘든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고 할만큼 제대로 하려면 그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 또 경기의 룰도 몸에 완전히 익히려면 3년 정도는 꾸준히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서울 잠신초등학교 양호교사 홍광표(45)씨는 매일 출근 전 오전 6시 30분부터 학교 근처에 있는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수영, 에어로빅을 10년 정도 해왔어요. 그러다 팀 있는 운동을 하게 되니까 재미가 붙더라고요.” 클럽에는 홍씨처럼 다른 종목의 운동을 하다가 배드민턴을 시작하게된 사람들이 많다. 게임을 하다보면 승부욕이 따라오고 집중력이 생겨 운동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깊어진다.

전국에 동호인 1백만명 넘어

어마어마한 운동량 활력 넘쳐

“가볍게 생각하단 큰코 다친다”

송파YMCA 체육관에 가면 20년 넘게 꾸준히 배드민턴을 쳐 온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조영자(69)·김정일(76)씨 부부. 두 사람은 김씨가 정년퇴임을 한 이후 80년도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아침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서 셔틀콕을 치고 받는다. “부부가 함께 하면 금상첨화”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호흡이 잘 맞는다.

클럽에는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있지만 주로 40∼50대의 중년 남녀들이다. “체력에 맞춰 운동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부상을 입을 위험이 적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이나 여성들이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조씨와 김씨 부부는 “누가 결혼하거나 집에 상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함께 축하하고 함께 슬퍼한다”며 “살면서 젊은 사람들과 이렇게 거침없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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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은 공식 경기에선 반드시 실내 코트에서 하게 돼 있지만 일반인들은 네트만 있으면 야외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최근엔 각 구나 시에서 등산로에 마련한 야외코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산 다니다가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다 가족 같고 게임하는 게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김월남·55세) 서울 서대문구 안산 중턱에 자리한 배드민턴 코트장. 안산배드민턴 클럽 회원들 중엔 김씨처럼 등산을 하다 배드민턴에 맛을 들인 회원들이 많다.

3개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여성복식, 혼합복식으로 경기를 하고 있고 이미 경기를 치른 회원들은 담소를 나누다가 코트장에 준비돼 있는 식기구를 이용해 커피를 끓여서 “약수물로 끓인 거라 맛이 기가 막히다”며 한 잔 권한다.

배드민턴 15년 경력의 송현자(54)씨는 체육관에서 기술을 배우다가 맑은 공기를 찾아 산으로 올라온 지 4년째다. “이젠 나이가 드니까 실내에선 숨이 탁탁 막혀요. 여기선 산도 오르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아주 좋죠.” 송씨는 다른 회원들에게 전문적으로 배드민턴을 배울 것을 권한다. “기술을 익히면 힘을 많이 안 들이고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자세도 무용하듯 예쁘구요.”

특히 단식보다는 복식을 주로 하는 배드민턴은 ‘파트너쉽’이 필요한 경기다. “혼자 잘 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서로 호흡이 맞아야만 하죠.” 윤학남(55)씨는 남편 김성환(52·안산클럽 회장)씨와 아침마다 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쳐온 지 십수년째다. “배드민턴을 하다보면 눈이 밝아진다고 합니다.” 자영업을 하는 이들 부부에게 아침 한때의 운동은 모든 일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남편 김씨는 “운동량이 상당히 많고 순발력이 생겨서 몸 관리에 좋다”며 “난 배꼽티 입어도 되요”라고 말하며 한바탕 웃는다.

한편 코트 맨 오른쪽에선 이제 막 가입한 아주머니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경력자에게 스냅을 배우고 있다. 전문 코치는 따로 없어도 초보자가 들어오면 웬만큼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배드민턴 경기는 다 실력에 맞춰서 조를 짜기 때문에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아주 아기자기한 묘미를 느끼면서 참여할 수 있죠. 한 번 경기를 해 보면 그 맛에 빠져서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되요.”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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