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얼굴을 한 ‘세계화’

세계화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반세계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화는 단지 경제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 삶의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 속에서 전세계 여성들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여러 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G-8회담이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의 반세계화 시위는 지난달 15일 여성들의 행진을 필두로 시작되었다.

1999년 11월 미국 시애틀을 뒤흔든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항의 시위에 여성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세계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빈곤과 폭력에 대항하며 2000년에는 138개국 여성들이 ‘세계여성행진’을 벌였다.

여성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화의 진행이 전세계 여성들, 특히 제3세계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더욱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세계화가 강요하는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일례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노동 시간의 66%가 여성의 노동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성은 고작 전세계 수입의 10%, 전세계 부의 1%만을 가질 뿐이라고 한다.

세계화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면서 여성에 대한 이중 착취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세계화의 시계는 여성의 역사를 점점 뒤로 되돌리고 있다.

여성노동시간 전체의 66% 불구 부의 1% 차지

여자 어린이, 학교 대신 무임금 노동으로 내몰려

70년대 한국의 산업발전에 일익을 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우리들의 영자’는 이제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닌 제3세계 전역의 여성들이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가정 밖의 일을 찾아 나서면서 여자 어린이들도 무임금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제3세계 국가들에서 문자 해독률은 날로 저하되고 있다. 인도 라자스탄 주의 경우 여성의 문자 해독률은 단 4%에 불과하다.

다국적기업들이 저임금 착취를 위해 자유롭게 제3세계 국가의 국경을 넘나들며 환경파괴적·노동착취적인 산업을 벌이는 것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멋진 말로 포장된다. 하지만 이들이 제3세계 여성들을 고용하는 것은 양날의 칼일 뿐이다. 여성들은 고용을 통해 자립과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됐지만 한편으로 아시아 경제위기 직후 순식간에 ‘위기의 먹이감’으로 전락했다.

세계화의 물결속에서 여성은 그들 자신이 중요한 수출품이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 10만 명의 여성이 중동지역에 이주노동자로 나가 있다. 필리핀은 이주노동자의 60%이상이 여성이며 이들 대부분은 가정부와 성매매 노동자로 착취당하고 있다.

세계화는 군사주의를 강화한다. 세계화가 촉발시킨 내전에서 여성들은 적군의 성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보스니아, 과테말라, 코소보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해 불안정이 심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반동으로 종교 근본주의자들은 신비주의적 전통 질서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문화적 ‘신’보수주의는 서구에서도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함께 강화되고 있다.

이렇듯 세계화는 이제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의 삶의 구석구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괴물이 되었으며 이 괴물은 위에 열거한 다양한 무기를 들이대며 전세계 여성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 글은 세계화의 풍랑을 헤쳐가고 있는 제3세계 여성들의 현실을 여러 차원에서 살펴보기 위한 서론격에 해당하며 다음에는 세계화로 급증하는 제3세계 여성 성매매를 다룰 것이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세계화 반대 제3세계 여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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