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여성의전화 ‘딸들을 위한 성교육 캠프’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딸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딸들이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당당한, 보편적인 사회인식과는 조금은 다른 그곳에서 나는 나의 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8∼19일 천안 여성의전화에서 개최한 ‘딸들을 위한 성교육 캠프’에 참여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캠프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인식에 실눈을 뜨기 시작한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웃고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딸캠프에서 후배들에게 주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해 바로 알고 소중히 하며, 남성중심적인 성문화를 바로 알고 대처하고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을 바로 알기 위해 후배들과 나는 생물학적인 성에 관한 강의를 듣고 서로 궁금한 점들에 대해 논의를 했고 우리 몸의 생리 주기를 팔찌로 만들어 서로의 팔에 감아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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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광고 속의 성상품화 문제를 토론하고 이것을 비판하는 꼴라주를 만들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사고 등에 관한 역할극을 꾸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도 만들었다.

딸캠프에 참여하면서 내가 고무적으로 느낀 것은 우리 후배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역할극에서는 성희롱 교사에게 학급 모두가 의견을 모아 ‘NO’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개선을 요구했고 성폭력 사고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 성폭력 사고에서 피해자 여성이 모든 짐을 떠 안고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실천하려고 하는 딸들의 의식 발전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아직도 “여자니까 이런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가사노동에 관해 벌써부터 너무 많은 부담과 책임을 느끼고 직업선택의 부분에서도 지금까지 그나마 여성에게 허용되었던 부분에서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후배들은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가요”, “궁금한 거 있을 때 메일 보낼게요”란 말들을 제일 많이 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1박2일만의 딸캠프로 우리 후배들이 갑자기 양성평등 의식을 가지거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고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도 잘 알아두어야 하겠구나’란 생각과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언니들이 생겼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캠프를 마치면서 지금의 후배들 또한 나처럼 여성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들에게 벌써 자매애를 느꼈다면 내가 너무 성급한 걸까?

한황주연 객원기자/ 인하대 4년 ihup-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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