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여성들이 세상을 바꾼다’...제34회 한국여성대회 열려
‘침묵 깬 여성들이 세상을 바꾼다’...제34회 한국여성대회 열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3.04 18:44
  • 수정 2018-03-05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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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3.8 여성선언’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3.8 여성선언’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4일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

2000여 명 참석해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 촉구

문재인 대통령 축사 “성평등이 모든 평등의 출발

...‘미투’ 여성들 용기에 호응하는 분명한 변화 만들 것”

직장 성희롱 인식 확산·2차피해 방지제도 기틀 만든

르노삼성 성희롱 피해자 박모 씨부터

페미니스트 교사 최현희 씨까지

‘미투’ 마중물 된 여성들 시상대에

‘미투’ 이전부터 성차별과 성폭력을 고발하고 싸워온 여성들, 그들을 돕고 연대해온 여성들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광장으로 나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4일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회엔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2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해 성폭력 말하기에 나선 여성들에게 힘찬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성평등 사회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외쳤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은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피해자 박모 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은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피해자 박모 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피해자 박모 씨가 받았다. 박 씨는 2013년 사내에 피해를 신고한 후 오히려 업무 배제 등 징계와 2차 가해를 겪었다. 4년6개월간의 법정 투쟁은 지난해 12월 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기업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한 조치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이 금지하는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의무 강화 ▲피해자 등 보호조치를 의무화 등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및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이 개정되기도 했다. 여연은 “피해자의 끈기 있고 용기 있는 대응이 성평등한 노동환경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조력자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 구축의 출발점을 마련했고, 성폭력 말하기에 나서는 여성들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5년간 제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국가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이 (대법원) 판례만 있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도 국가기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악물고 버텼다”고 말했다. 이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수년간 함께 사건 해결에 힘써온 여성단체들에도 감사를 표했다.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년 한 해 동안 성평등 실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성평등 디딤돌’은 ▲성별임금격차의 심각성을 공론화한 ‘3·8 조기퇴근 시위 3시 STOP 공동기획단’ ▲페미니스트 선생님 ‘마중물샘’ 최현희 교사 ▲문단 내 성폭력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고발자5’와 연대모임 ‘탈선’ ▲국가가 관리한 성매매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이끌어낸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공동변호인단’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사회 변화를 촉구한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공동저자 6명이 받았다.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성평등 걸림돌’이 발표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성평등 걸림돌’이 발표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 ‘성평등 걸림돌’로는 △전(前) 사장의 지시로 면접 점수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기소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건 은폐 시도·가해자 편들기 등 최악의 직장 내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을 보여준 ‘한샘’ △여성혐오 컨텐츠를 조장·방조해 비판받아왔으나 여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아프리카 TV’ △가해자 입장에서 성폭력 사건을 다룬 결과 피해자가 ‘충분히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주여성 친족성폭력사건 담당 제주지방법원 1심 재판부’ △간호사들에게 노출 의상을 입고 선정적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 등 성적 대상화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대구 가톨릭병원과 한림대 성심병원 △간부급 남성들이 비정규직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2차 가해를 저지른 대구은행이 뽑혔다.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최순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최순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올해 여성대회는 성차별·성폭력 말하기인 ‘3.8 샤우팅 - 말하고, 소리치고, 바꾸자’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3.8 행진’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한 ‘성폭력 근절’, ‘성평등 헌법 개정’, ‘여성대표성 확대’, ‘성별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낙태죄 폐지’ 등 6가지 메시지를 외치며 광화문, 안국동과 종각역 일대를 행진했다. 광화문 광장에선 여성·성소수자·인권단체들이 부스를 차려 다양한 시민들에게 단체와 행사를 홍보하는 ‘3·8 난장’이 진행됐다. 

이어진 기념식은 축사, 시상식, 3·8여성선언, 축하공연, 마무리 댄스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여성연합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와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가 맡았다. 수화통역은 한국청각장애인여성회 이금란 씨, 마포통역센터 김광길 씨가 맡았다. 기념식 도중 한 남성이 참석자들을 가리켜 ‘이 빨갱이들’이라며 고성을 질렀지만, “(빨간색이 아니고) 보라색입니다”라는 권해효 씨의 재치 있는 대응에 참가자들은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축하 공연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보내 “정부는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사회 곳곳에서 실질적 성평등이 이루어지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하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법제도의 개선은 물론, 사회 전반의 문화와 의식 변화를 위해 시민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성평등이 모든 평등의 출발이다. 더 좋은 민주주의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도 성평등의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노회찬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노회찬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백미순, 김영순, 최영순(사진 오른쪽부터)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백미순, 김영순, 최영순(사진 오른쪽부터)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이 여러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이 여러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편, 여연은 오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성평등 사회로의 실질적 변화를 촉구하는 ‘change_up’ 온라인 캠페인을 기획 중이다. 오는 12일부터 31일까지는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특별전 ‘제34회 한국여성대회 그날의 기록 For Gender Justice’가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1층 허스토리홀에서 열린다. ‘3·8 샤우팅’은 이날 한국여성대회를 시작으로 전북, 대구경북, 경남, 경기 등 전국에서 릴레이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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