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씨앗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금만 유전자 변형을 해도 미래세대까지 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는 수익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것이 기아해결의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씨앗산업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시키고 더 많은 기아인구를 만들고 있다. 기업의 상술에서 씨앗을 지켜 식량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가배울토종씨앗포럼’이 마련됐다. 앞으로 가배울토종씨앗포럼 내용을 격주 연재한다.

강대웅 몸·음식·영성 연구가

안백린 비건요리연구가

 

강대웅 몸·음식·영성 연구가
강대웅 몸·음식·영성 연구가

2월 12일 열린 제9차 가배울토종씨앗포럼에 몸·음식·영성 연구가인 강대웅씨와 비건요리연구가인 안백린씨 두 젊은이들이 강연을 했다. 그들은 채식주의자다. 들어는 봤으나 주변에서 실제로 본적은 없는 그들, 채식주의자들의 말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강대웅씨는 서울 종로에서 ‘뿌리온더플레이트’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설탕 대신 메이플시럽을 사용하고, 글루텐 프리(gluten-free), 유기농 현미로 만든다고 한다. “셰프냐”는 질문에 그는 “그냥 현미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일 뿐”이란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케이크 등을 팔고, 이틀은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워온 아내가 요리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케이크를 먹으러 혹은 사러 올 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나는 누군가의 아들, 남편, 오빠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역할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내가 설명되지 않는다. 한낱 육체에 속한 ‘나’인가 아니면 그 이상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순간이란다. 자신 안에 여성성과 남성성이 모두 있고 그것들의 하나됨이 ‘자신’이란다. 나의 정체성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살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베토벤은 월광소나타 초연 때 했던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에게 ‘남자는 울지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이것은 ‘남자들의 여성성 표출을 억압하는 예’라고 그는 주장했다. 누구나 자신 안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표출하며 살아야하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고착화돼있어 분리해서 바라보기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강씨는 여성운동, 페미니즘 같은 것은 잘 모른다면서도 “여성운동이 아니라 여성성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남자든 여자든 우리안의 여성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내 안의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표출하는데 있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현미케이크를 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 진행한 요리교실에서 현미쿠키를 만드는 것을 보고 케이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자신이 채식주의자이기에 먹을 수 있는 케이크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고 한다. ‘한살림’에서 현미를 가져다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데,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우리나라 유기농 재료를 쓰니 먹으면 속이 편하다고 했다. 항상 속이 좋지 못한 나도 한 번 먹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쉽고 편한 길을 뒤로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나아가는 그의 걸음이 너무 무겁지 않기를 희망한다.

 

안백린 비건요리연구가
안백린 비건요리연구가

“비건이 뭐야?”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는 안백린씨는 우유와 달걀, 생선까지도 먹지 않는 가장 높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다. ‘우리는 다른 생명체와 깊은 상호의존성, 상호존중, 그리고 본능적인 환대 안에 있다’는 『먹을거리와 신앙』(Food and Faith)의 저자 노만 워즈바(Norman Wirzba)의 말을 전하며, “인간은 이미 다른 생명체와 이미 서로 환대하고 친구로서 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잊고 있었다. 이를 다시 살리자는 것이다”라며 이 활동의 근원적인 목적을 밝혔다.

그는 축산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51%가 축산으로부터 온다. 동물을 키우려면 땅이 필요하고 사료를 재배해야 하기에 더 많은 땅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라며 “1kg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 20kg의 곡물이, 1kg의 닭고기를 얻기 위해 3.3kg의 어마어마한 곡물이 소진되어야 한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낮은 탄소발자국과 건강을 위해 비효율적인 축산을 지양해야한다고 했다.

안씨는 젊은 세대답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참신하다. ‘채식은 힙(Hip)하다(근사하다. 멋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0, 30대를 겨냥해 파티를 열었고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대중도 초대했다. 채식 음식도 나누고 멋진 공연도 곁들였다”고 한다. 채식도 멋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면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 나도 궁금하고 재미있을거 같으니 말이다. 그는 또 파인애플 부산물로 만든 가죽제품도 소개했다. 그것이 물건이든 가치이든 젊은 세대가 혹할 만한 것들이 있어야 관심을 가진다며, 우리 토종씨앗 모임도 접근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20, 30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활동도 계속되어질 수 없기에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는 비건운동을 하다보니 딜레마가 많다며 속상해했다. “등 따시고 배불러서 비건하냐”는 비난에, 가치를 지키고 싶지만 현실은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채소는 안 불쌍하냐”는 공격에 고민도 많이 했단다. 그의 행보를 지켜봐주고 따끔하게 지적하는게 대중의 몫이라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민한 후 극복하는 것은 그 자신의 몫이 아닐까. 그는 “현대 사회에서 고기를 먹느냐 보다, 과하게 고기를 먹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나만을 위한 채식이 아니다. 비거니즘이 비건만을 위한 운동도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비건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육식을 지양하고 채식을 지향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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