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안춘실(가운데)씨가 동생 정혜(왼쪽)씨의 모교인 숙명여대에 전 재산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학교 측이 감사의 표시로 지난달 30일 학교박물관 로비를 ‘안춘실·안정혜 라운지’로 이름 붙이는 행사를 연 뒤 강정애(오른쪽) 총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숙명여대
실향민 안춘실(가운데)씨가 동생 정혜(왼쪽)씨의 모교인 숙명여대에 전 재산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학교 측이 감사의 표시로 지난달 30일 학교박물관 로비를 ‘안춘실·안정혜 라운지’로 이름 붙이는 행사를 연 뒤 강정애(오른쪽) 총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숙명여대

동생들 뒷바라지 위해 본인은 학업 중단

여성 리더가 많이 성장하길 바라며 10억 기부

83세의 여성 독지가가 여성교육 발전을 위해 여대에 평생 모은 재산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숙명여대는 최근 안춘실 씨가 동생들의 모교인 숙명여대에 자신의 유산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10억원을 약정했다고 밝혔다.

안 씨가 기부한 재산은 초등학교 졸업 후 학업을 포기하고 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면서 모은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1935년 평양에서 태어난 안춘실 씨는 6·25가 발발한 뒤 1·4 후퇴 때 부모·동생들과 함께 서울로 피난왔다. 안 씨 가족은 신발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맨발로 산을 넘으며 가까스로 목숨만 건졌고, 서울에서 무일푼으로 새 출발해야 했다. 이 때문에 5남매 중 첫째인 안 씨는 중학교에 들어가는 대신 서울에서 부모님을 도와 장사에 뛰어들었다.

안 씨는 “내가 희생해서 동생들 공부를 잘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동생들의 학업과 생활을 지원했다.

그의 희생 덕분에 동생 넷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둘째와 넷째는 숙대에 진학했다. 특히 넷째 동생 안정혜(69) 씨는 기악과 피아노 전공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셋째 여동생은 중앙대, 막내 남동생은 고려대를 각각 졸업했다.

하지만 안 씨는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던 스물아홉에 남편을 잃었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떠나보냈다. 이후 장녀라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아쉬움을 종종 털어놓던 그는 80대에 접어들면서 여성교육을 위해서 여동생 정혜 씨의 모교인 숙명여대에 유산을 내놓기로 했다.

안 씨는 기부를 하면서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잘 받아야 국가와 사회가 발전한다”면서 “미래를 이끌 여성 리더가 많이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는 안 씨의 기부를 기리고자 숙명여대 박물관 로비를 ‘안춘실·안정혜 라운지’로 명명하고, 지난달 30일 안 씨 자매를 학교로 초청해 안 씨에게 명예문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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