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상의 성구매 문화, ‘종로여관 방화 참사’ 불렀다
[기고] 일상의 성구매 문화, ‘종로여관 방화 참사’ 불렀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 승인 2018.01.27 09:41
  • 수정 2018-01-28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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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서의 성매매 가리키는 용어 ‘여관바리’

어디서든 성구매 바라는 한국 남성문화의 단편

참사 원인은 “성구매 문화의 일상화와 여성 빈곤”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 앞에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국화 수십 송이가 놓여 있다. ⓒ이유진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 앞에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국화 수십 송이가 놓여 있다. ⓒ이유진 기자

1월 20일 종로 한 여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화재를 일으킨 사람은 여관 밀집 지역 중 한 곳을 방문해 성구매를 시도했고, 여관에서 거부하자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흔히 ‘여관바리(여관발이)’라고 불리는 성매매는 특수한 업종이라기보다는 여관이라는 공간에서의 성매매를 통칭합니다. 어떤 공간에서든 여성접대와 성구매를 바라는 한국 남성문화의 일상적인 단편 중 하나이지요. 노래방 카운터에서 여성을 불러 달라 요구하고, 마사지 업소에서 유사 성행위 및 성행위를 요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피의자의 행동은 원치 않는 성행위를 요구하고 억지 부리고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여타 성구매자들의 보편적인 행동들과 유사합니다. 자신을 무시한 것처럼 느꼈을까요? ‘무엇이 그리 화가 났나’ ‘성구매를 거부한 게 그리 화가 날까’ ‘다들 하는데 나만 못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관과 피의자 둘 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했다지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판매자를 함정 단속해 온 경찰의 행태를 떠올려보면 성구매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성구매자를 단속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관바리가 성행하는 여관은 작고 허름한, 빈곤한 이들이 몸 뉠 곳을 찾아가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곳에서 성판매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중장년 여성으로 손님이 요청하면 여관을 방문합니다. 여관바리 성매매의 화대는 1~2만원 정도로 낮습니다. 그럼에도 중장년 여성의 다른 일자리에 비하면 아주 높은 시급입니다. 성구매가 일상인 한국 남성문화와 빈곤한 중장년여성계급의 현실이 만난 현장이 여관바리입니다.

화재가 쉬이 진압되지 않은 이유로 열악한 지역 상황을 꼽습니다. 빈곤계층의 거주 지역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문제입니다. 좁은 골목에 밀집해 있는 협소한 거주 공간. 대부분의 집결지 쪽방촌과 근방의 여관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요. 어떤 대안도 없이 이런 공간을 재개발하겠다고 밀면 빈곤한 이들은 또 다른 협소하고 안전하지 않은 쪽방으로 이동합니다. 꼭 방화사건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위험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빈곤한 이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계급 상관없이 안전하게, 인간답게 살기 위한 도시 개발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의 내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이번 사건을 이유로 낙후 지역이 대책 없이 밀리거나 여관을 타겟으로 한 단속이 강화될까 염려스럽습니다. 성구매 문화의 일상화, 여성 빈곤이 문제의 원인입니다. 졸속행정으로 실적만 올리는 방책을 대안이라 말하지 않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1월 22일 홈페이지(https://e-loom.org)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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