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성신여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웃으며 학사모를 공중으로 던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6년 2월 성신여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웃으며 학사모를 공중으로 던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신여대 학생 투표 결과

남녀공학 전환 반대 96%

“여대가 구조적으로 불리? 여자라 불리한 것”

“성차별 없어지는 날 공학 전환 논의해도 늦지 않아”

성신여대를 남녀 공학인 ‘성신대’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던 김호성 성신여대 총장이 결국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제 33대 중앙운영위원회는 24일 공식 입장을 내고 “지난 23일 오후 김 총장과 학생 대표 4인이 약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론적으로 총장이 여남공학 전환을 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이어 “(김 총장은) 여남공학 전환은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논의 가능하나 현재는 시기상조이며, 학생들의 의견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남녀공학 전환도 공론화해 구조적 불이익의 제거를 모색해야겠다”라고 언급했고, 지난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도 “여자대학 학교 측은 ‘수험생 모집’에서, 여대 출신 학생들은 ‘취업’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겪는다. 학령인구가 줄고 등록금은 동결돼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여대는 수험생 절반만 대상으로 뽑는다”라고 말했다. 이 내용이 여러 차례 보도되면서 학내외에서 반발이 일었다. 

193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성신여대는 지난 2010년에도 ‘성신대학교’로 학교명을 변경하려다 ‘남녀공학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지금도 학생들 사이에선 “성신은 여대다”라는 여론이 높다. 중운위가 지난 22~23일 온라인으로 벌인 ‘성신여대 남녀공학 찬반투표’ 결과, 총 참가자 2360명(재학생 1935명·81%, 휴학생 245명·10%, 졸업생 180명·7%) 중 96%(226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성신여대 제33대 중앙운영위원회가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성신여대 남녀공학 전환 찬반투표 결과. 반대 응답률이 96%로 압도적이다. ⓒ성신여대 제33대 중앙운영위원회
성신여대 제33대 중앙운영위원회가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성신여대 남녀공학 전환 찬반투표 결과. 반대 응답률이 96%로 압도적이다. ⓒ성신여대 제33대 중앙운영위원회

중운위도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한다”며 “여자대학교는 성적 억압 없이 우리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사회에 남녀 차별이 없고 여성 지위가 남성과 동등해졌을 때 공학 전환이 논의돼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또 “‘여대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라는 총장 발언은 타당하지 않다. 여대라서 불리한 게 아니라 여자라서 사회에서 불리한 것이다”라며 “몇 년 전 성신여대 미술대에서 야작(밤늦게까지 작업하는 것)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온라인상 강간 모의가 이뤄진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재정이 부족하다면 재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학교 이름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남녀공학 전환이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방면의 지원부터 해줘야 한다”며 학교의 재정 적자가 얼마인지, 장학금은 왜 줄일 수 없는지 등 정확한 지표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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