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지난 20일 중간발표

피해건수만 2670건 달해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빌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가정보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 최승호 PD(현 MBC 사장)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자백’과 이영 감독이 성소수자를 소재로 만든 작품 ‘불온한 당신’에 대한 지원 배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진상조사위 확인 결과 영화진흥위원회는 2014년 국정원 정보관(IO)의 요구에 따라 최승호 MBC 사장(전 PD)의 다큐멘터리 ‘자백’과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을 2015~2016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관계자는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최승호 감독의) ‘자백’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안다. 시놉시스에 국정원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됐다”고 진술했다. 또 “(배제된 사업은) 2015~2016년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으로 기억한다. (영화 지원 배제는) 국정원이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 영진위 예비심사결과표에는 최 감독의 ‘자백’이 68.3점을 받아 70점 미만으로 본심사 대상이 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도 52점을 받아 탈락했다.

이날 조사결과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 가운데 실제로 검열이나 지원 배제 등의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은 1012명, 문화예술단체는 320곳으로 조사됐다. 피해건수로는 개인이 1898건, 단체가 772건의 검열과 지원배제, 사찰 등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발표는 2008년 8월 27일 만들어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부터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이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 첨부한 범죄일람표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 12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다.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작성돼 실제 활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좌파 성향 인사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블랙리스트 구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 블랙리스트 문건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는 다음달 17일부터 이틀간 콘퍼런스를 열어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 사항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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