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KTX 승무원은 정의·희망의 불빛”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KTX 여승무원 해고 투쟁 4000일을 맞아 열린 ‘KTX 여승무원 해고 투쟁 4000일, 대안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에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함께 모였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KTX 여승무원 해고 투쟁 4000일을 맞아 열린 ‘KTX 여승무원 해고 투쟁 4000일, 대안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에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함께 모였다. ⓒ이정실 사진기자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올해로 11년을 넘었다. ‘철도의 꽃’, ‘지상의 스튜어디스’라고 홍보하는 2004년 KTX 여승무원 모집 공채가 이들을 운명을 바꿔놓았다. 노동계에선 “공기업인 코레일의 채용은 사실상 ‘취업사기’”라고 비판한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 해놓고 2년 후 계약직 재계약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채용 조건에는 ‘철도청 방침에 따라 계약직 사원으로 모집하지만, 1년 계약 후에는 여러 직급 체계를 조정해서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 약 5단계의 진급 단계를 계획한다’라고 명시했다. 홍익회라는 자회사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이들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거부당하고 비정규직으로의 재계약을 강요했다. 이들은 코레일에 맞서 파업에 나섰고 그 중 280여명의 승무원이 정리해고됐다.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KTX 해고승무원들이 복직촉구 농성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KTX 해고승무원들이 복직촉구 농성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해고된 승무원들은 일주일이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하고 투쟁을 시작했으나 어느덧 4300일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단식부터 점거, 삭발, 천막농성, 오체투지, 고공농성까지 안 해 본 것이 없다. 이들은 “떼를 써서 정규직이 되려 한다”는 누명에도 시달렸다.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 1·2심에서는 승소했고 밀린 급여 수천만원을 받았으나,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서 회사에 반환해야 하는 빚이 1인당 1억원이 넘게 됐다. 이들은 비정규 투쟁의 상징이 되어갔다.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뀔수록 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투쟁의 무게, 삶의 무게도 무거워지고 있다.

이들 승무원이 속해있는 KTX승무지부가 제4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에 선정됐다. 2014년 제정된 김경숙상은 1979년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농성 진압 현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김경숙 열사의 투쟁정신을 기리는 상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상임대표 임윤옥)와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공동대표 최순영)가 선정한다.

선정위원회는 “KTX승무지부는 긴 인고의 시절을 건너면서도 정의와 희망의 불을 끝까지 밝히고 있다”면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우리의 문제는 곧 해결됩니다’라고 한 김경숙 열사의 말대로 새해에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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