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이슈로 돌아본 2017] 노동 성차별에 갇힌 ‘김지영씨들’
[여성노동 이슈로 돌아본 2017] 노동 성차별에 갇힌 ‘김지영씨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2.19 23:10
  • 수정 2017-12-2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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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여성노동자 현주소

OECD 1위 성별 임금격차 

비정규직 평균 임금 129만원

직장 내 성희롱 기소 1건 

KTX 승무원 투쟁 4000일

 

 

직장에서 성차별을 받고 결혼 후 퇴직 압박으로 경력단절을 겪는 『82년생 김지영』의 삶은 현실에서도 유효했다. 2017년 연초부터 발생한 보건복지부 워킹맘 공무원의 과로사 소식은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 아이를 낳고도 일터 복귀에 성공한 기혼 여성의 허망한 죽음은 슈퍼우먼을 강요해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최근 발생한 여성 관련 이슈의 상당수는 이처럼 노동과 관련돼있다. 노동 분야의 문제들도 여성에게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저임금·비정규직도 여성의 일자리에 집중돼있다. 직장 내 성폭력은 사실상 여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부장적 인식이 사회에 여전한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권력관계를 근간으로 작동하는 노동현장에서 하층부에 놓인 여성들의 노동권과 인권은 열악하다. 노동을 여성의 관점으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여성노동의 실태의 상징적인 지표가 성별임금격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한국이 37%로 가장 크다. 여성계가 ‘3시스톱 공동행동’ 등 문제를 제기하자,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등 후보들은 성별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3%로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리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6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OECD 29개국 중 5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5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7%에 불과하고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366개로 73.2%를 차지한다.

성별임금격차나 유리천장은 그 자체로도 차별 행위지만 노동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채용 차별, 돌봄노동, 일·가정양립, 직장내성폭력 등이다.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일자리를 정책의 1순위에 놓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면서도 위원 30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기업 내 성·연차·직무별 임금 수준을 공개하는 ‘임금분포공시제’ 도입 추진과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세웠지만 부분적인 대책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지난 9년의 보수정권을 지나면서 여성노동계의 적폐라면 시간제 일자리를 계속해서 늘린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브레이크를 걸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느린 변화 대신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가 많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올해 주요 이슈를 통해 여성노동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여성노동계가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해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3시 스톱’ 행사.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4%로, 1일 근로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한다는 의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노동계가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해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3시 스톱’ 행사.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4%로, 1일 근로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한다는 의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정규직, 간접고용, 채용 차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보면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올해 처음 20%대를 넘은 21.6%를 차지했다. 줄어야 할 비정규직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여성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일어났고 올해는 평균 129만원에 최저임금 137만원으로 그 간격이 더 벌어졌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KTX승무원 해고 문제는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다.

- KTX승무원 해고 투쟁 4000일

KTX승무원 해고 투쟁이 지난 2월10일 4000일을 넘겼다. 코레일은 지난 2006년 승무원들에게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2년 뒤 승무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대량 해고했다. 파업 시작 당시 참여했던 여승무원은 약 350명이었으나 이제 33명이 남았다. 이들의 투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가스안전공사, 여성 합격자 불합격 처리

지난 9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채용에서 합격권 7명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박기동 전 사장이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탈락시켜야 한다”는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직원의 성비를 관리하는 공기업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 대해 사기업은 더 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박 사장은 결국 특정 응시자를 합격시켜 채용비리혐의로 구속됐다.

-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 월급 36만원 ‘열정페이’

정규직이지만 ‘열정페이’를 받은 간호사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익명의 현직 간호사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수 년 넘게 첫 월급으로 30여 만원을 받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에 각 병원 간호사들도 잇따라 임금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대병원측은 최저임금으로 인상키로 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막말을 한 것과 관련, 경기 광명 이언주 의원 사무실 앞에서 경기자주여성연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막말을 한 것과 관련, 경기 광명 이언주 의원 사무실 앞에서 경기자주여성연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돌봄노동, 가사노동>

저평가되고 있는 간병, 산후조리, 가사근로자 등 돌봄·서비스 노동에 대한 가치 재평가도 시급하다. 여성의 돌봄과 서비스 노동 수행이 당연하다는 통념 탓에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거나 저임금 또한 당연시되고 있어 합리적인 임금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마저 돌봄 바우처 서비스의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폐업하는 업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반면 수 년간 미뤄졌던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정부가 입법 발의해 현재 법제처가 검토하고 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법제처에서 중요한 핵심사안이 누락돼 우려된다고 밝혔다.

- 이언주 의원 ‘밥하는 동네 아줌마’ 발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하는 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이언주 의원이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분노를 샀다. 직업을 차별하고,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하할뿐만 아니라 파업권을 부정한다는 비판에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지만 기자회견 후에도 성토는 이어졌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14일간 단식농성

9월 27일부터 14일 간 학교 비정규직 여성들이 제대로 된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교육부와 교육당국이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출을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꼼수를 쓴데 반발한 것이다. 결국 협상 끝에 합의점을 찾는데 성공했다.

<일·가정 양립>

일·가정 양립은 여성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여성의 일자리의 질과 급여가 낮아지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이 비정규직까지 확산돼야 하지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 일·가정양립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 수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는 8만9795명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고 이중 남성이 4872명에서 7616명으로 56.3% 늘었지만 전체 중 남성 비중은 8.5%에 불과하다.

- 복지부 워킹맘 공무원 휴일 출근 과로사

올해 초 보건복지부 워킹맘 공무원의 과로사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일요일 오전에 출근해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는 어린 세 아이를 둔 36세 사무관이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근무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임금감소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해주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오히려 돌봄노동을 여성에게 전가시킨다는 점과 고용주가 기혼여성 채용을 기피하게 만든다며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1월 10일 한샘·현대카드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용감한 여성이 고장난 시스템을 바꾼다’는 메세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주노총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1월 10일 한샘·현대카드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용감한 여성이 고장난 시스템을 바꾼다’는 메세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직장 내 성폭력>

직장 내 성폭력은 지위를 이용한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하기도 어렵고, 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민주노총이 2011년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여성 노동자의 성희롱 경험률은 39.4%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건수 552건 중 실제 기소된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11월 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의미가 크다. 직장 내 성희롱이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공식적인 책임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의무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여직원 성추행

6월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일식집에서 20대 여직원과 식사를 하던 중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호텔로 끌고 가려해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여성을 도와준 여성이 오히려 ‘꽃뱀’으로 매도되자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하며 강경 대응했다.

- 영화 촬영 중 배우 성폭력

남성 배우가 영화 촬영 중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을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배우는 자신이 피해자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피해자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 한샘 신입 직원 성폭행

여직원이 입사 직후 입사 동기와 선배 등에게 잇따라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화장실에서 동료로부터 몰래카메라를 당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던 교육담당자에게 두 차례에 걸친 성폭행 당한다. 또 경찰 조사를 하는 과정에 회사 인사팀장에게 회유와 성추행, 성폭행 시도를 당했다. 피해자는 결국 휴직을 하고,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파문이 커지자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성심병원의 간호사 장기자랑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병원 측 행사를 위해 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요구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성희롱과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났다. 병원이 도마 위에 오르자 직원들은 임금체불 등 고발 등이 이어지면서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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