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요크셔 살인마 사건 인한

밤길 통행금지 항의하며 시작

미투(#MeToo) 캠페인 등

여성 향한 폭력 여전

 

2015~16년 런던의 밤길 시위 현장의 모습. ⓒreclaimthenight.co.uk
2015~16년 런던의 밤길 시위 현장의 모습. ⓒreclaimthenight.co.uk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저녁 6시,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수백 명의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 추방’, ‘내 개인 공간은 초대받은 사람 전용’ 등 다양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이들은 ‘밤을 되찾자(Reclaim the Night)’고 외치며 트라팔가 광장을 출발해 런던 중심부를 통과하며 약 3km 정도 거리 행진을 벌였다.

영국 여성들의 밤길 시위는 1977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요크셔의 살인마’라 불리는 연쇄살인사건이 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던 그 때 여성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경찰의 권고에 밤 외출이 힘들었고 범죄자가 아닌 여성들이 자유를 구속받는 이런 상황에 항의하기 위해 요크셔 주 리즈에서 여성들이 밤길 시위에 나선 것이 그 시초다. 당시 여성들은 ‘여성 통행금지령 해제 - 남성에게 통행금지령을(No curfew on women – curfew on men)’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밤거리를 행진했다.

이번 밤길 시위를 주최한 런던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이렇게 행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미투(#MeToo)' 캠페인을 보면 이 운동의 중요성이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폭력과 관련된 통계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매주 2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전 배우자에게 살해를 당하고 여성 3명 중 1명이 생애 중에 폭행을 경험한다. 매년 40만 명의 여성이 성추행, 8만 명의 여성이 강간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즈에만 약 6만6000명이 할례를 당했고 2만여 명의 소녀들이 할레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올해  ‘밤을 되찾자(Reclaim the Night)’ 행사 안내 유인물 표지. ⓒreclaimthenight.co.uk
올해 ‘밤을 되찾자(Reclaim the Night)’ 행사 안내 유인물 표지. ⓒreclaimthenight.co.uk

런던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는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를 주장하며 2004년부터 매년 런던의 밤길 시위를 주최해 왔다. ‘미투(#MeToo)’ 캠페인 등 많은 사람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폭로가 소셜 미디어를 채우고 있는 이들에게 올해의 밤길 시위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주최 측은 “이 행진은 성폭행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요구하는 집단의 힘을 보여준다”면서 “여성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서비스를 촉구하고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니라 폭력을 저지른 남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뿐만 아니라 브리스틀이나 뉴캐슬 등 영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행진이 벌어졌다. 스코틀랜드 렌프루셔에서 열린 밤길 시위는 여성들만의 행진인 런던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28일 저녁 6시 웨스트오브스코틀랜드 대학교에 모인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약 한 시간 동안 행진을 이어갔다. 로레인 카메론 렌프루셔 시장은 “매년 열리는 밤길 되찾기 행진은 남녀 모두 젠더 폭력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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